■ 설 연휴 맞는 전통시장 풍경
손님들 대형마트·온라인행
재료비·가게 임차료도 걱정

"장사가 너무 안 된다. 명절 특수는 옛말이다."

마산어시장에서 40년 넘게 건어물을 팔아 온 김모(65) 씨는 난로에 손을 쬐면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오전 7시 가게 문을 열었다는 김 씨는 오전 내내 손님 3명이 겨우 다녀갔다며 씁쓸해했다.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온 31일, 장을 보는 손님들로 넘쳐나야 할 마산어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침울하기까지 했다. 제사용품 등을 판매하는 가게는 각종 명절용품을 내놓고 손님 맞을 준비에 들어갔지만, 가격을 문의하는 사람조차 드물었다. 설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상인들은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가라앉으면서 명절 특수가 사라진 지 오래라고 입을 모았다.

간소하게 명절을 보내려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그나마 지갑이 열려도 대형할인점, 온라인 쇼핑몰로 몰리는 요즘이다. 50년 이상 마산어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신모(72) 씨는 오랜 경기침체로 손님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예전엔 그래도 차례상을 푸짐하게 차리는 게 전통이었는데, 이젠 한두 마리만 사서 명절 제사 형식만 취하는 것 같다. 제사용품을 구입해도 3개 살 것을 2개만 사가는 등 최소한으로 구입해 남는 건 많지 않다."

신 씨는 문어꼬리, 제사 포, 밤·대추 등 진열된 성수품을 만지작거리면서 손님들로 가득 찼던 옛 시장 풍경을 떠올렸다. 그는 예전에는 그래도 명절 특수가 있어 설이 가까워질수록 손님들로 북적였다고 했다. 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그의 기억 속 시장 풍경도 날로 바래 가고 있다.

▲ 제사용품 등을 판매하는 가게는 각종 명절용품을 내놓고 손님 맞을 준비에 들어갔지만, 가격을 문의하는 사람조차 드물었다. 설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마산어시장 한 상인이 성수품을 정리하고 있다. /문정민 기자

마른 명태, 문어를 가게 입구에 줄줄이 걸어놓은 최모(70) 씨는 한쪽에서 유과 포장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혹시나 저렴한 상품을 내놓으면 팔릴까 싶어 이번 설에 처음으로 준비해봤다." 최 씨는 예전보다 절반도 안 팔린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주말에 좀 나을지 모르겠지만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오전을 지나면서 시장에는 손님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수용품을 파는 가게에 손님이 뜸한 건 여전했다. 지갑을 여는 사람들 모습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갖가지 생선이 놓인 좌판에만 손님들이 모인 정도였다.

어시장을 대표하는 횟집 골목은 더 한산했다. 셔터가 내려져 있는 가게도 눈에 띄었다.

"오전에 6만 원 겨우 마수걸이했다. 예전에는 몇십만 원씩 줄을 서서 회를 사갔는데 지금은 다르다. 설이라고 더 잘되는 건 없다."

어시장에서 초장 집을 하는 김모(61) 씨는 갈수록 줄어드는 손님에 인건비, 재료비, 집세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오가는 이들 없는 횟집골목은 그저 하얀 눈만이 채우고 있었다. 오전부터 하염없이 내린 눈은 수족관 위로 고스란히 쌓여 갔다. 텅 빈 가게를 지키는 상인들은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언제 올지 모를 손님을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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