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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닭도 잘하고 코미디도 잘하네~

〈극한직업〉 (감독 이병헌)
형사들 치킨집 인수해 잠복
맛집으로 소문나 좌충우돌
B급 액션·뼈 있는 농담 '폭소'

2019년 02월 07일(목)
이미지 기자 image@idomin.com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명절 음식을 코앞에 두고, 기어코 치킨을 먹었다.

영화 <극한직업>을 보는 내내 다짐했다. '오늘은 꼭 닭다리를 손으로 뜯어 먹겠어'라고.

아주 개인적으로 자연스러운 웃음과 개연성 있는 줄거리를 모두 만족했던 한국 코미디 영화는 몇 없었다. 이번에도 단순히 한바탕 웃고 나오자고 영화관에 앉았는데, 엔딩크레디트이 올라가는 순간 참 녹록지 않은 밥벌이에 쓴웃음이 나왔다. 짧은 여운이 있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웃프다. 마약범을 잡는 마포경찰서 마약반 형사 5명은 어딘가 어설프고 허술하다. 그래서 오히려 마약범이 그들을 위로한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범인을 체포하려고 창문을 몸으로 깬 후 멋있게 앞구르기를 하고, 아주 빠른 속도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범인을 잡는 형사의 모습은 상상일 뿐, 현실은 부족한 예산 탓에 창문 하나 깨지 못하고 줄 하나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범인을 협박하는 수준이다. 결국 이 마약범을 잡는 것은 이들이 아니라 마을버스다.

서장(배우 김의성)은 이들을 해체하려 한다. 고 반장(배우 류승룡)은 늘 진급에서 후배에게 밀리는 만년 반장이고 장 형사(배우 이하늬)와 마 형사(배우 진선규), 영호(배우 이동휘), 재훈(배우 공명)도 강력반 형사들에게 조롱이나 받는 신세다.

그러던 중 이들에게 반전할 기회가 찾아온다. 이무배(배우 신하균)가 이끄는 국제 마약 범죄조직이 새롭게 활동을 시작한 것. 마약반 형사 5명은 범죄조직 사무실 맞은편 치킨집에서 그들을 24시간 감시한다.

그런데 치킨집 사장이 가게를 내놓았단다. 위기다. 이무배만 잡으면 그동안의 설움과 치욕을 한 방에 날릴 수 있는데, 안타깝다.

고 반장은 마지막 수라고 여기고 퇴직금으로 가게를 인수한다. 손님이 전혀 없던 가게라 잠복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마 형사의 손맛이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맛집으로 소문 난다. 그는 수원왕갈비집 아들로, 갈비 양념을 치킨에 발랐더니 대박이 터졌다.

▲ 형제호프치킨에서 잠복 수사 중인 마약 전담반 형사 5인방. /스틸컷

"범인 잡으려고 치킨집 하는 겁니까? 치킨집 하려고 범인을 잡는 겁니까?"

"왜 자꾸 장사가 잘되는 건데."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형사 5명이 장사에 집중할 때는 음식 영화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며 침을 고이게 한다.

하지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들은 거대한 마약 범죄조직을 잡으려고 닭을 튀기는 것이다. 그래서 고 반장은 하는 수 없이 치킨 값을 말도 안 되게 인상한다. 아뿔싸. 오히려 '황제 마케팅'으로 성공하며 사람들이 더 몰린다. 이래서 이무배를 잡을 수 있을까 걱정되는 찰나, 마약의 대중화를 꿈꿔온 이무배는 외식업 가맹점을 활용한다. 이렇게 고 반장과 이무배는 서로 모르게 엮이고, 가맹점 관리에 나선 형사들은 배달원과 종업원의 동선에서 익숙함을 느낀다.

이후 영화의 전개는 예상대로 흐른다. 이무배는 세를 더 크게 확장하려다 덜미를 잡히고 형사 5명은 우여곡절 끝에 마약 범죄조직을 검거한다. 이 과정에서도 웃음은 끊이질 않는다. 알고 보니 '고수'였던 이들의 진면목이 발휘되며 형사다운 캐릭터를 새로 입는다. 하지만 이질감이 없다. 상황마다 과장과 억지가 없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흐른다.

고 반장은 형사일 때도 치킨집 사장일 때도 몸을 사릴 수 없다. 이는 다른 형사들도 마찬가지다. EBS 교양프로그램 <극한직업>을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우리를 극한으로 몰아넣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말이다.

이번 영화를 연출하고 각색한 이병헌 감독은 청각의 극대화를 위해 치킨집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과-공대-취직-퇴직-치킨집', '문과-경영대-취직-퇴직-치킨집'으로 비유하는 현실적인 농담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닭은 서민이며 소상공인의 목숨이라고 말하는 영화를 보면서 갑의 횡포에 울고 일방적인 여론의 힘을 감수해야 하는 자영업자의 피눈물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도내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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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기자
  • 2014년 7월부터 지역 문화 소식을 전합니다:) 전시와 문화재, 영화 리뷰가 중심입니다 깊이와 재미 둘 다 놓치지 않겠습니다:D 소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