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지역민 모두 웃길 바라면 하동 '놀루와'
주민 주축된 여행협동조합
주제 맞춰 숨은 명소 찾아
석 달만에 300명 참여 인기

가을이면 황금들판을 뽐내며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는 하동 악양면 평사리 무딤이들이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이는 옛 축지초등학교.

폐교된 이곳에는 지역문화예술단체의 활동 거점인 하동악양생활문화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얼마 전 새로운 단체가 보금자리를 틀었다.

하동 화개면과 악양면 주민 7명이 주축이 된 주민공정여행사인 '놀루와' 협동조합(대표 조문환)이다.

뜻을 모은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개월 고민 끝에 작년 8월20일 문을 열었다. 본격적인 운영은 그해 10월부터였다. 시작은 더뎠지만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놀루와의 첫 발걸음이 빨라졌다.

"지역을 위해서 무엇을 할까, 어떤 역할을 할까 고민을 해 왔는데, 문화와 역사, 자연 등이 잘 갖춰진 하동의 인프라를 활용하면 지역사회에 기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출발점이 됐다. 타지역 사람들이 하동으로 오게끔 하면 여기에서 즐기고 돈을 쓸 것이고 그렇게 하면 그 혜택이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놀루와의 방향성은 지역과 주민, 공동체를 지향한다. 돈보다 사람을 지향한다로 정했다. 올바른 여행 문화를 만들자는 목적도 있다."

'여행 감독'이라는 직책을 맡은 정성모 씨는 놀루와가 시작된 배경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지역 자원의 가치와 지역 공동체의 중요성을 내세운 만큼 놀루와 구성원들 모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지역에 기반을 둔 주민들이다. 악양면장 출신인 조문환 대표, 놀루와 감독이자 하동 특산물인 대봉감을 이용해 와인을 개발해 온 정성모 SM정 와이너리 대표, 악양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서훈기 대표, 막걸리를 생산하는 화개 합동양조장 이근왕 대표, 지역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사회적기업 구름마의 이혜원 씨, 놀루와 매니저이자 남편과 함께 악양면에서 친환경유정란을 생산하는 예울생명란 남주하 씨, 녹차를 생산하는 한밭제다 이덕주 대표 등 7명이 조합원이다.

▲ 하동군 악양면 옛 축지초교에 둥지를 튼 주민공정여행사 '놀루와 협동조합'은 지역공동체를 지향하고 바른 여행 문화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사진은 조문환(맨 왼쪽) 대표와 직원들 모습.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이들 중 조문환 대표와 정성모 감독·남주하 매니저가 실질적으로 놀루와를 이끌고 있다. 정성모 감독은 '나만의 여행, 내 취향대로 간다'가 놀루와의 특성화된 여행 콘셉트라고 했다. 여행객이 마음대로 선택하고 즐길 수 있도록 수요자 중심의 여행이라는 것. 여행자가 놀루와 사이트를 방문해 장바구니에 원하는 여행지를 선택하면 놀루와 직원과 의논해 여행 일정이 확정되는 형식이다.

"패키지가 아니다. 여행자가 우리가 가진 소스를 보고 취사선택하도록 한다. 여행을 원하는 고객과 의논해서 여행 일정을 짠다. 자신이 자기 상품을 만들어서 여행을 결정하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 특히 일반 여행사는 회사 자체 이익에 집중하지만 우리는 지역사회에 기여하자는 가치를 내세우고 있어서 이익보다 지역사회에 공헌하자는 취지에 맞게 여행 일정을 구성했다."

놀루와가 구성한 여행은 체험여행과 답사여행, 인문여행, 액티비티 여행 등 크게 4가지다. 최근 교육여행도 추가됐다. 여기에 20개의 하동테마여행이 들어 있다. 하동의 유명 관광지보다는 하동의 알려지지 않은 비경이나 숨은 명승지, 고향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여행 등이 주요 일정으로 짜여 있다. 정성모 감독은 "섬진강 백사장 여행, 악양면 소나무(문암송, 부부송, 십일천송) 답사, 골목길 답사, 다원순례처럼 그동안 여행 상품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것들을 여행 상품으로 만들었고, 이런 상품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 주민 생활 속에 스며드는 지역 밀착형 여행 상품"이라고 말했다.

3개월이라는 짧은 운영 기간이었지만 놀루와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이 기간 15개 팀 300여 명이 참여했으며 월평균 600만 원의 수익을 냈다. 일반 여행사에 비하면 초라한 실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홍보 부족이나 면 단위 작은 여행사의 한계 등을 따지면 결코 소소한 실적이 아니다. 고무적인 것은 놀루와에 참여한 여행객들의 호응이 좋은 데다 벌써 제주도나 울진 등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여행에 직접 참여하는 단체들도 있다는 점이다.

이제 첫 단추를 끼운 만큼 부족한 점도 적지 않다. 정성모 감독은 놀루와 가장 큰 해결 과제로 사업 영역 확대에 따른 인력과 자금, 인프라 부족을 들었다.

"직원이 3명이지만 실제로 전담은 2명뿐이다. 상주직원 두세 명이 더 있어야 한다. 여행객이 원하는 숙소도 부족하다. 특히 차량이 없어 여행객 승용차를 이용하는데, 불편한 점이 많다. 사무실도 늘려야 하는데 결국 자금이 부족해 운영이 어렵다. 지금 일부 부족한 자금은 대표가 사비로 내고 있다. 행정에 손을 내밀 수도 있지만 최대한 우리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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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객들이 놀루와 프로그램 중 하나인 다원순례길을 체험하고 있다. /놀루와

최근 놀루와는 여행 비수기를 맞아 기획한 겨울철 이색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수확이 끝난 넓은 평사리들판에서 짚풀이나 퀼트 공예로 만든 주문제작형 축구공을 이용한 옛 추억의 축구대회를 마련한 것. 오는 16일 열리는 제1회 평사리들판 논두렁 축구대회는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7명이 한팀이 돼 4개 부문으로 나눠 경기가 치러진다. 행정 지원 없이 민간주도로 이번 대회를 개최하기에 행사자금 마련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형식의 구단주도 모집하고 있다. 지역 활성화와 아름다운 공동체 형성이라는 설립 취지에 맞게 지역 기업이나 단체 등과의 협력도 넓히고 있다. 현재 지역 식당이나 악양면 매계마을, 켄싱턴리조트 등 숙박시설, 사회적기업인 ㈜에코맘 등 10곳과 협약을 체결했다. 놀루와는 이들 협력업체와 여행 관련 협업은 물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전국에 주민공정여행사가 여럿 있지만 성공사례가 거의 없다. 콘텐츠 개발의 어려움이나 조직 내 갈등 등으로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하동지역은 관광자원이나 인적 자원이 잘 갖춰져 있어서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앞으로 놀루와가 주민들의 삶 안으로 잘 스며들어가서 지역 활성화와 올바른 여행문화 형성에 역할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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