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품화 제품에 학생 무방비
성인용품 외 문구류·장난감엔
청소년 유해물건 제재 없어
생산-유통-판매자 상술 심각

#초등학생 두 아이와 동네 문구점을 찾은 정다연(44·창원 팔룡동) 씨는 여성 몸을 과장한 그림과 욕설을 연상케 하는 문구가 적힌 공책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정 씨는 '이런, 개새'라고 적힌 공책이 재밌다며 집어드는 5학년 아들에게 "다른 사람이 보면 욕으로 받아들여 기분 나쁠 수 있다"고 조언했지만, 아들이 "이미 친구들한테 유명한 캐릭터"라고 대답해 두 번 놀랐다고 했다.

▲ 문구점에 여성의 몸을 왜곡한 노트가 아무런 제재 없이 팔리고 있다. /이혜영 기자

#마우스패드를 사려고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가슴·엉덩이 마우스패드'를 알게 된 ㄱ(37) 씨는 호기심에 여러 사이트를 검색했다. 손목이 닿는 부분을 실리콘으로 여성의 가슴이나 엉덩이 모양으로 만든 마우스패드는 성인 인증을 거쳐야 하는 사이트가 있는가 하면, 인증 없이도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도 있었다. ㄱ 씨는 "성인이 봐도 낯뜨거운 19금 제품을 아무나 살 수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 엉덩이를 부각한 마우스패드 제품이 일부 사이트에서 성인인증 없이 구매할 수 있다./쇼핑몰 사이트 캡처

▲ 가슴을 부각한 마우스패드 제품이 일부 사이트에서 성인인증 없이 구매할 수 있다./쇼핑몰 사이트 캡처
문구 구입을 많이 하는 신학기를 앞두고 자극적인 문구류가 아무런 제한장치 없이 판매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창원 한 대형 문구점에 가보니 남성보다 여성을 캐릭터화한 문구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부 공책 표지와 오락 제품 겉포장에 그려진 여성은 큰 가슴과 잘록한 허리를 강조해 선정적으로 표현됐다.

개+새 모양인 '개새'는 공책·필통 등 다양했다. 개새는 콘텐츠 기획사 ㈜서드스테이지가 2016년 피규어로 만들어 판매했고, 20·30대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인기를 끌면서 문구류, 휴대전화 케이스, 인형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문구점에서 초등학생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런, 개새', '개새× 노트'라고 적힌 공책을 초등학생이 구매하면서 욕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문구점에 욕설이 담긴 노트가 아무런 제재 없이 팔리고 있다. /이혜영 기자

이런 제품은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잘못된 성 인식과 그릇된 행동을 유발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제재를 받지 않는다.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에 청소년 유해물건은 청소년에게 음란성이나 비정상적인 성적 호기심을 유발할 우려가 있거나 지나치게 성적 자극에 빠지게 할 우려가 있는 물건이라 명시돼 있다. 구체적으로 명시한 물건은 성인용품 등이며, 유사 장난감이나 선정적인 그림이 그려진 문구류 등은 청소년 유해물건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

▲ 성상품화 게임 제품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이혜영 기자

이혜경 창원학부모네트워크 마산권역 회장은 "학교와 가정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 문화가 자리 잡지 않았고,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은 비교육적인 제품 생산·판매에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욕설에 관대해지고, 왜곡된 여성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까봐 염려된다"고 말했다.

권희경 창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다양성이나 유머가 상품으로 유통되는 것은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적정선을 넘으면 통제할 수 없어진다"며 우려했다. 권 교수는 청소년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한 마우스패드는 음란물로 인지해 수사를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지적하며, "이윤에만 신경 쓰는 생산-판매-유통업자의 책임 있는 행동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입 가능 연령을 제한하고, 판매 물건에 대한 기준과 단속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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