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지킴이가 도둑 한 명을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다가오면서 이 말을 상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조합장 선거가 문제투성이이며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선거를 관리하는 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돼도 부정·타락선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이런 속담이 회자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직 공식 선거일이 남았지만 벌써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으며 잡음을 비롯해 기부행위 등 단속 건수가 9건이나 된다. 이러다가는 이전 선거 때 경남이 선거사범 입건자만 291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고 이 가운데 21명이 구속되고 208명이 기소된 부끄러운 전례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조합장 선거가 불법·타락선거가 되기 쉬운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먼저 피선거권자인 조합원이 한정돼 있다. 면 단위 협동조합은 조합원 수가 1000명에서 2000명 정도이다. 여기에다 지역이 한정돼 혈연 등으로 얽혀있고 돈선거의 오랜 습성까지 남아 있다. 조합장이 되었을 때 열매도 달콤하다. 높은 연봉과 직원 인사 등 권한이 대단하다. 돈을 버는 자리이니 돈을 써야 한다는 암묵적인 묵계가 통하고 유권자인 조합원이나 후보자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면 아무리 법망이 촘촘하고 선거관리의 눈이 매서워도 부조리를 막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조리한 선거 풍토는 조합의 발전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도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조직력과 돈만 있으면 당선된다는 풍토는 조합장 선거뿐 아니라 각종 선출직 선거에도 만연돼 있기 때문이다. 도덕성과 능력으로 뽑지 못하면 지방의회들을 비롯하여 낯부끄러운 일들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이며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유권자 몫이다. 현재 지역 농협들은 농업과 농촌 경제의 어려움 등으로 상대적으로 좀 나은 지역도 있으나 대개는 발전의 한계에 봉착해 있다. 위기일수록 제대로 된 조합장을 뽑아야 발전에 대해 기대라도 할 수 있으며 조합장 선거에 물들어 있는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 조합원이나 후보자 모두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투명하고 깨끗한 선거 문화를 만드는 데 있다. 선거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조합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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