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총장 관련 중징계 등 31건 지적 통보
군, 실태조사 알면서도 예산 2억 원 지원 뭇매

거창군에 있는 한국승강기대학교가 교육부 실태조사 결과 예산 부당 집행과 임용 비리 등 총체적인 부실 운영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한국승강기대학교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징계 9건(중징계 3·경징계 6)을 비롯해 경고 14건·행정조치 3건·시정조치 5건을 처분하고, 19억 4000여만 원을 회수하라고 대학에 통보했다. 또 지적사항에 대한 처분을 지난 8일까지 완료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임원 승인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지적 사항은 △학교법인 재산 관리 부당 △수익용 기본재산 매입 계약 부당 및 계약금 미환수 △수익용 기본재산 임대보증금 임의 사용 △이사회 학칙개정 관여 △학교기업 수익금 목적 외 사용 △총장의 복무관리 부적정 및 교비회계 사적사용 △교원임용 업무 부당 △특성화사업비 집행 부당 △시설공사 계약 부당 △법정기부금 영수증 발급 부적정 등 10건이다.

◇총장 겨냥했나? 관련 비리 중징계 3건 = 이번 조사는 김천영 총장을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징계 처분이 내려진 3건 모두 총장과 연관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총장이 대표로 있는 (재)한국승강기안전연구원에 법인의 수억 원대 돈이 부당하게 쓰였다고 판단했다. 또 일반경쟁입찰 대상을 전문 면허 없이 토목건축공사업 면허만 있는 업체와 쪼개기를 통해 수의계약한 사실을 지적했다. 수의계약 업체의 사실상 소유주가 김 총장이라는 의혹도 일고 있다. 또 총장으로 임명되고도 개인사업을 하는 등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사실을 지적했다. 김 총장은 2012년 10월 5일 법인 이사장으로 선출됐으며, 2015년 8월 6일 3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이상한 건물 매입 계약, 계약자는 총장과 특수관계 = 교육부는 또 법인이 2015년 수익용 기본재산(건물)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가격의 적정성이나 매입 재원 확보방안 등 검토 없이 이사회에서 의결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건물의 감정평가 금액은 16억 원에 불과했지만 이사회는 20억 원으로 매수 안을 의결했다. 건물 대금 20억 원 중 계약금 15억 원을 우선 지급하고 잔금 4억 원은 나중에 지급하기로 계약했다.(임대보증금 1억 원 승계) 이후 법인은 잔금 4억 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매도자에게 계약해지와 계약금 환급을 요청했으나 1억 원만 회수하고 14억 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교육부는 계약자가 총장과 특수관계라고 명시해 의도성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14억 원 전부를 회수하라고 시정조치를 내렸다.

◇교원임용 과정 잘못도 드러나 = 교육부는 대학의 교원임용 과정 또한 부당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학은 '2018년 한국승강기대학교 전임교원 및 산학협력교원 초빙계획'에서 초빙분야를 승강기 설계와 설치 등의 학사학위 소지자라고 한정했음에도 학위와 산업체 경력이 없는 지원자를 적합하다고 판정했다. 또 승강기 관련 이론과 실습 강의가 가능한 전임교원을 채용하면서도 2개국 외국어가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며 2순위자를 채용했다.

◇셀프 징계 총장 정직 1개월 = 법인은 지난달 30일 대학 본관 2층 협약업체파트너쉽센터에서 61차 이사회를 열고 교육부가 요구한 징계처분 건을 처리했다. 총 7명의 이사 중 4명이 참석한 이날 이사회에서는 김 총장에게 1개월간 정직처분을 내리는데 그쳤다. 특히 참석한 이사 4명 모두 교육부 실태조사에서 학교재산 관리부당 등 지적조치를 받은 당사자로 셀프 징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전 이사장 ㄱ 씨는 정직 처분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고, 또 다른 이사 ㄴ 씨가 신학기 학사 시작 전인 2월 1일부터 28일까지 1개월간으로 하는 것을 제안해 원안대로 정직 1개월 안이 확정됐다.

◇거창군 승강기대학 지원 논란 = 거창군이 대학의 교육부 실태조사 사실을 알면서도 올해 2억 원 예산을 지원하기로 해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해 거창군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김태경·최정환·권재경 의원이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 조치 결과에 따라 예산을 승인하자는 부대의견을 제시했지만 최종 반영되지 않았다. 거창군은 대학의 설립부터 관여해 2014년 군비로 70여억 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의 제2기숙사 건립을 지원했지만 대학이 입찰과정에서 과도한 제한지명 경쟁입찰로 특정업체에 공사를 몰아주려는 의혹 등이 일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올해 예산은 교육시설 확충 목적으로 엘리베이터 실습동 건립과 교내 노후시설 보수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대학 측은 교육부 조치 요구안대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대학 관계자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요구안대로 처리했고, 업무 미숙 등 차질로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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