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본인·전자랜드 구단·KBL 모두 비신사적 행위 퇴출 입장 명확히 해야

프로 스포츠 선수라면 누구나 경기 중 좀 과한 파울도 할 수 있고, 때로는 그 파울로 상대 선수가 다치거나 심지어 생명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최소한 승리를 위해 다투기는 하지만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상대방이 죽어야 승리하는 로마시대의 검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때로는 일부러 상대방을 자극하는 언행을 하기도 한다. 상대방을 격분시켜 평정심을 잃게 하고, 자기 편 선수들의 투쟁심을 끌어올리려고 일부러 그러기도 한다.

대부분 스포츠는 이런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룰을 만들어두고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다. 특히 도가 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재를 함으로써 경기력과 컨디션이 아닌 외적 요인으로 승리를 가져가려는 행위에 대해서는 더 엄중하게 대응한다.

14일 오후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벌어진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인천전자랜드와 창원LG 경기에서 강상재가 보여준 행동, 그리오 이어진 판정은 이런 상식을 뒤집는 것이었다.

3쿼터 종료 4분 42초를 남기고 일어난 일이다. LG 조쉬 그레이가 전자랜드 기디 팟츠의 끈질긴 수비를 뚫고 3점슛을 성공시켰다. 이로써 LG는 61-59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냥 그렇게 경기가 계속됐으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역전과 승패는 그야말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스포츠 세계이기 때문이다.

한데 그레이의 3점포가 림을 가르는 순간, 골밑에서 자리다툼을 하던 강상재의 겨드랑이에 LG 제임스 메이스의 어깨가 끼었고, 메이스가 코트에 넘어졌다. 프로농구는 일정부분 몸싸움을 허용한다. 오프더볼 상황이었고, 일부러 팔을 써서 넘어뜨린 것이 아니므로 용인될 수 있는 플레이였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코트에 쓰러져 누워있는 메이스의 배 위로 강상재가 성큼 넘어가자 누워있던 메이스가 벌떡 일어나 강상재에게 달려들며 항의했다. 그러자 양팀 선수들이 둘 사이를 갈라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KBL 농구를 보고 있자면 코트에 넘어진 선수가 있으면 우리팀 상대팀 가리지 않고 근처에 있던 선수들이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 준다. 그런데 강상재는 자신이 쓰러뜨린 메이스 배 위를 넘어갔다. 이건 동료에 대한 배려도 없었고, 생명에 대한 경외심도 없는 행위였다. 강상재는 메이스가 ‘벌컥’ 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했다.

문제는 강상재의 이런 비신사적인 행위에 따른 심판의 판정이었다.

비디오 판독까지 마친 뒤 심판은 강상재와 메이스에게 더블파울을 선언했다. 이어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달려들었던 그레이에게는 유파울(Unsportsman Like Faul)을 선언했다. 스포츠맨답지 못한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상대편은 자유투 2개와 공격권까지 가져간다. 강상재는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61-61, 승부의 균형추를 맞췄다.

중계화면으로 그레이의 동작을 보면 강상재를 두 손으로 밀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게 유파울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건 심판의 몫이다. 이게 옳은지 잘못인지는 내가 판단할 영역이 아니라는 말이다.

KBL 룰의 근본이 되는 FIBA 경기 규칙서에는 “심판은 오직 행동에 대해서만 판정해야 한다”(제 37조 제1항 제2호)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레이가 유파울이라고 판정한 것은 그레이의 행위 자체만 본 것이라고 믿는다. 그레이의 유파울을 선언하기 전에 있었던 상황과 연계하지 않고 그레이의 행위만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야구의 ‘벤치 클리어링’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던 강상재의 행위는? 이부분은 납득하기 어렵다. 자신이 쓰러뜨린 선수 배 위를 넘어가면서 도발한 강상재, 그런 도발에 발끈한 메이스가 더블 테크니컬 파울로 상쇄됐고, 그레이는 유파울이다? 분명히 매끄럽지 못한 판정이었다.

강상재는 농구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 선수로서 당연한 ‘동업자 의식’, 그에 앞서 최소한 인간에 대한 존중, 생명에 대한 존중을 모른다면 로마 시대 검투사에 그치지 않는다. 다른 선수를 다 죽이고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역시 더 뛰어난 검투사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희생물이 될 수밖에 없다.

강상재는 이런 자신의 행위에 대해 분명한 반성과 사과를 해야 한다. 전자랜드 구단 역시 자유롭지 않다. 경기 도중에야 승부가 중요하므로 넘어갈 수 있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면 소속 선수의 비신사적인 행위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KBL의 태도가 중요하다. 이런 일을 그냥 덮고 넘어간다면 안그래도 4대 프로 스포츠 중 가장 인기가 떨어지는 프로농구의 위상 추락을 막아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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