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46% 스프링클러 장애·방화문 제거·불법증축 적발
밀양세종병원·충북 제천 이어 대구 목욕탕 사고 '닮은꼴'

목욕탕이 있는 대구 한 건물에서 불이 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발화 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이는 충북 제천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와 같은 상황이다.

19일 오전 7시 11분께 대구시 중구 포정동 7층 건물 4층 남자 목욕탕에서 불이 시작돼 60대와 70대 등 2명이 숨졌다. 3명은 화상이나 골절, 대피 과정에서 73명이 연기를 마셔 이 중 65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 건물 4층과 107가구가 사는 5~7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 19일 소방당국이 대구시 한 사우나 건물에서 화재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는 있었지만 알람 밸브를 잠가둬 작동하지 않았다. 2018년 1월 불이 난 밀양 세종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아예 없었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초기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경남지역 스프링클러 문제는 여전하다.

지난해 7월 창원시 의창구 한 건물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됐으나 물 뿌림 반경이 지적됐다. 지하 1층에 경계를 나누면서 물이 뿌려져도 닿지 않게 된 것이다. 또 1층과 옥상 일부에 무허가로 증축된 부분이 지적됐고, 전기 분전반이 외부로 유출되는 등 소방시설·건축·전기분야 모두 4건이 지적됐다.

소방당국은 이런 문제를 모두 개선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경남소방본부 관계자는 "제천·밀양 참사 이후 안전관리자를 대상으로 스프링클러 필요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며 "스프링클러는 건물이 지어졌을 당시에 용도·면적 등 복잡한 기준에 따라 설치하는데 소급할 수는 없다. 또 건물을 다 뜯어내고 수억 원대 비용을 들여야 하니 현실적으로 강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제천 참사를 계기로 스프링클러 등 각종 소방시설 점검에 나섰다.

경남소방본부와 창원소방본부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도내 목욕탕·찜질방이 포함된 모든 복합건축물(1208곳)을 점검한 결과 26.1%(316곳)가 '불량'이었다. 소방펌프가 아예 작동을 하지 않거나 수신기가 고장난 상태로 내버려두는 등 사례가 잇따랐다.

소방당국은 불량 판정을 받은 건물주에 △과태료 50건(중복) △시정명령 285건 △기관통보 64건 조치를 했다. 시정명령에 따른 시설 개선을 하지 않으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명령을 어긴 상태에서 사망사고가 나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소방당국은 조사 대상과 범위를 넓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1단계 '화재안전특별조사'도 했다. 화재안전특별조사는 목욕탕·찜질방뿐만 아니라 문화·판매·의료·노유자·숙박·수련·종교 등 각종 시설의 건축·소방·전기·가스분야 등까지 화재 빈도와 인명 피해 가능성이 큰 다중이용시설(전국 17만 2000여 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경남에서는 다중이용시설 1만 3278곳을 조사한 결과, 46.7%(6213곳)가 불량 판정을 받았다. 스프링클러·살수설비 장애, 소화기 미비치, 수신기 불량, 자동화재탐지설비 감지기 미설치, 방화문 제거, 불법 증축 등이 지적됐다. 소방당국은 △자진 개선유도(4만 8472건) △중대위반(277건) △기관통보(589건) 등 조치를 했다. 중대위반 사안은 고장 난 소방시설을 방치하거나 비상구 완전 폐쇄, 방화구역 훼손 심각(복구 곤란), 소방안전관리자 부재 등인데 창원에서만 267건이었다.

경남·창원소방본부는 올해 1월부터 2만 9620곳을 대상으로 2단계 화재안전특별조사를 벌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2단계 특별조사 결과를 정밀 분석해 근본적인 화재안전 강화 개선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특별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소방안전정보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인명구조·화재진압작전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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