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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말 맛보기] (11) 으르다·으밀아밀·은결들다·응어리·이기죽이기죽

입력 : 2019-02-27 11:48:26 수     노출 : 2019-03-01 00:00:00 금
이창수 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총무) baedalmaljigi@gmail.com

들봄달(2월)이 후다닥 지나가고 봄이 온 누리에 퍼지는 온봄달(3월)이 되었습니다. 온 누리에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봄바람이 넘실거리고 꽃구경 봄나들이를 다니시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시나브로 번지는 봄기운처럼 토박이말도 많은 분들의 삶 속으로 퍼져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으르다

뜻: 다른 사람에게 무서운 말이나 짓을 하다(위협하다)

어제 아침 일찍 길을 나서야 했기에 그제 밤에는 여느 날보다 좀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자리에서 읽은 책 알맹이가 자꾸 생각이 나서 얼른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나만 잘살기가 아닌 함께 잘살기를 바라는 제 생각과 놀랍도록 같은 분이 계셨다는 것이 가슴을 뛰게 했지요.

생각이 꼬리를 물고 나오는 걸 막지 못하고 뒤척이다 잠이 들었는데 때알이(시계) 소리가 아닌 밥이 다 되는 소리를 듣고 잠이 깼습니다. 함께 가자고 했던 한 사람은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서 혼자 서둘러 아침을 챙겨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가 본 적이 있는 곳이라 길은 아는데 다들 일터로 나갈 때와 겹쳐서 길이 막혔습니다. 능을 두고 나서긴 했지만 그렇게 길이 막히는 바람에 마음이 좀 바빠졌습니다. 그런데 막 빵빵거리고 불을 번쩍이며 으르는 듯이 수레를 모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막혀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아침부터 그런 것을 보니 기분이 더 안 좋았습니다. 왜 이렇게 밀리지 싶었는데 앞쪽에 수레끼리 부딪쳤는지 끌수레(견인차)가 와 있었습니다. 바쁠수록 천천히 가라는 말이 얼른 떠올랐습니다.

으밀아밀

뜻: 남이 모르게 비밀스럽게 이야기하는 모양

지난 닷날(금요일)은 김해도서관 책읽기배움터(독서교실) ‘토박이말 속으로 풍덩’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제철 토박이말로 눈과 아랑곳한 토박이말들을 알려주는 움직그림(동영상)을 보여준 다음 토박이말 찾기 놀이로 토박이말 놀배움을 열었습니다.

다음으로 토박이말 딱지놀이를 했습니다. 귀를 잡고 있다가 술래가 불러주는 토박이말을 찾아 가져가는 놀이를 하면서 깔깔거리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때새(시간)이 짧아서 다른 놀이를 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는지만 알려주는 것으로 끝내서 아쉬웠지요.

마치고 토박이말 놀배움이 어땠는지 물었더니 너도나도 손을 들고 아주 재미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으밀아밀 귓속말을 주고받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놀이를 끝내고 받은 선물을 들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을 보니 잘 왔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뒤낮(오후)에 토박이말바라기 푸름이 모임에 들어와 좋은 글을 남겨준 아이가 있어서 더 보람이 있었습니다.

은결들다

뜻: 안쪽을 다쳐서 헐다(생채기가 나다)

동무들을 만나 잘 먹고 잘 놀고 와서 기운이 펄펄 나서 일을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마음처럼 몸이 가볍지 않았습니다. 해야 할 일도 하지 않고 자는 바람에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일어났습니다.

한 가지 일을 끝내 놓고 밥을 먹고 나니 기운이 좀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기운을 차려서 일을 한 가지 더 끝내고 바깥일을 보러 나갔습니다. 먼 길을 다녀온 끝에 수레가 마뜩잖아서 손을 보러 가야겠다 마음을 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 갔는데 어제와 똑같이 수레가 덜컹거리고 얼른 빨라지지 않았습니다. 큰길에 올려 달려보니 수레가 안 좋은 곳을 더 똑똑하게 알 수 있었지요. 아무리 밟아도 수레가 빨라지지 않아서 걱정이 되었지만 먼저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수레집(카센터)에 갔습니다.

제가 어림했던 곳이 탈이 났다고, 고치는 데 돈이 좀 많이 든다고 하였습니다. 사람 몸도 겉으로 보이는 곳보다 은결들면 더 오래간다고 합니다. 수레도 안 보이는 곳이 탈이 나면 고치는데 돈이 많이 든다고 하더라구요.

여기저기 여러 사람한테 물어서 돈을 조금 덜 들이고 고칠 수를 알아놓긴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목돈이 나가게 되어 마음이 쓰이긴 합니다. 스무 해가 다 된 수레도 아직 탈이 나지 않은 곳인데 아직 열 살도 안 된 수레가 탈이 나니 뒤에 나온 게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응어리

뜻: 가슴속에 쌓여 있는 못마땅함 따위의 느낌(감정)

지난 닷날(금요일) 하려고 하다가 못 끝낸 해끝셈(연말정산)을 마저 해 놓고 들말틀(휴대전화)을 보니 낯익은 이름이 보였습니다. 다섯 해 앞에 창원에서 같이 일을 했던 송은영 선생님이었습니다. 그 사이 아이 엄마가 되었으며 아이를 키우느라 쉬었다가 올해 다시 배곳에 나가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말모이’ 영화가 나왔다는 기별을 듣고 제 생각이 나서 소리샘(방송국)에 이야기를 적어 보냈다면서 어쩌면 기별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었죠. 빛그림 ‘말모이’ 기별을 듣고 저를 생각해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애 좀 더 크면 같이 일을 해 보자고 했습니다. 그냥 스쳐 지나간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잊히지 않았다는 것이 참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뒤낮(오후)에는 창원교육지원청 동순화 장학사님께서 토박이말과 아랑곳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기별을 주셨습니다. 그동안 해 온 일들을 갈무리해서 말씀드리고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들까지 빠짐없이 말씀드렸습니다. 짧지 않은 동안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고 고개까지 끄덕여 주셔서 짜장 고마웠습니다.

창원교육지원청 모든 일꾼들이 함께 ‘말모이’를 보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말씀이 짜장 반갑고 부러웠습니다. 올해 창원교육지원청에서 펼칠 토박이말 놀배움이 잘 될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머지않아 제 마음속 응어리도 말끔하게 풀릴 거라는 믿음도 더 단단해졌습니다.

이기죽이기죽

뜻: 몹시 얄미울 만큼 짓궂게 자꾸 비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하는 것은 거의 다 어른들이 하는 것을 보고 배워서 하는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어른들이 하는 것을 보면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걱정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하는 말을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비웃는 것도 자주 보게 됩니다. 누구든 이기죽이기죽 빈정거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나랏일을 하는 분들이 온 나라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일 때는 제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합니다. 이 나라 어른들이 내가 하는 말과 짓을 아이들이 보고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삼가고 또 삼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제는 제 삶에 있어서 또 하나의 잊지 못할 하루였습니다. 경남교육청에서 마련한 세 돌 배움중심수업 나눔 한마당에 ‘토박이말 놀배움’을 가지고 함께하는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챙길 것을 챙기느라 부지런을 떨었던 보람이 있었는지 알고 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오셨더군요.

주어진 때새(시간)에 토박이말을 챙겨야 하는 까닭을 말씀드리고 여러 가지 토박이말 놀배움까지 하니 좀 모자란 느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신 분들이 다들 즐거워하시고 토박이말 놀배움을 널리 알려 퍼뜨리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다짐을 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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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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