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기획전에도 판매 저조
전문가 "의제 과잉" 지적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조명한 책 발간이 이어지고 서점가는 기획전도 열고 있지만 시민 반응은 시들하다. '3·1운동' 관련 책 문의는 없고 서점 기획전 코너를 찾는 발길도 뜸하다.

교보문고 창원점은 지난 15일부터 '3·1 100주년 기념 역사 기획전(~3월 14일까지)'을 진행하고 있다. <나는 여성이고, 독립운동가입니다>(출판사 우리학교·발간 2월), <우리가 잃어버린 이름, 조선의용군>(가나출판사·2018년 12월), <대한 독립 만세>(서해문집·2월), <만세열전>(생각정원·1월), <오늘과 마주한 3·1운동>(책과함께·1월), <3·1 혁명과 임시정부>(두레·2월), <제국에서 민국으로 가는 길>(생각정원·1월) 등 10여 권을 한곳에 모아 소개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기획전에서 판매하는 도서를 포함해 4만 원 이상 구매하면 환경보호가방(에코백)도 준다. 에코백은 태극기에 쓰인 네 괘(건곤감리)를 패턴화하고 라벨에 '1919~2019'를 새겨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고자 교보문고가 특별 제작한 것이다.

▲ 교보문고 창원점은 지난 15일부터 '3·1 100주년 기념 역사 기획전(3월 14일까지)'을 진행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하지만, 교보문고 창원점에서는 에코백이 지난 15일부터 약 2주간 10개도 채 나가지 않았다.

서점 관계자는 "최근 설민석 강사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3·1운동 100주년 의미를 소개했다. 그 영향인지 설 강사가 펴낸 역사 만화책 판매 변화는 눈에 띈다. 하지만, 기획전 도서 구매로는 잘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점에서는 책 판매를 위해 기획전을 한다기보다 3·1운동 100주년을 알리고 관심을 유도하고자 하는 의도가 짙다"고 했다.

창원지역 영풍문고 마산점, 학문당, 그랜드문고에 확인한 결과, 3·1운동 100주년 관련해 서점 관계자는 "신간 문의는 아직 한 건도 없다"고 했다.

교보문고를 찾은 김모(22) 씨는 "TV에서 올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친구나 주변 사람들과 이를 소재로 대화한 적은 없다. 서점을 자주 들르는 편이지만, 자기 계발서와 잡지 등을 주로 읽는다. 기획전은 봤지만 그냥 지나쳤다"고 했다.

특정일에 맞춰 한꺼번에 책을 쏟아내는 '공급 과잉'은 오히려 관심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한 사학과 교수는 "언론과 출판계는 정세 오판에 대한 냉철한 비판과 반성 없이 3·1운동을 찬양하고 임시정부가 독립운동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인식하고 한 면만 부각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의제를 쏟아내고 있다"며 "100주년에 집중된 행사와 기획전 등은 불경기 장기화로 삶이 팍팍한 이들에게는 반대로 자신과 상관이 없다고 느끼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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