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3당, 패스트트랙 합의
연동방식·상정시점 과제
한국당 반발 "의원 총사퇴"

여야가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던 선거제도 개혁안이 마침내 국회 '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패스트트랙)를 밟게 됐다. 소수 정당의 국회진출 폭을 넓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길이 열렸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야 3당 지도부는 11일 조찬 회동을 통해 "오늘부터 이틀간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포함할 법안과 내용을 집중 논의하고 신속히 결론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은 일정 기간(최대 330일)이 지나면 상임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예상된 결과였다. 여야 4당과 심상정(정의당)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은 큰 이견을 보여온 자유한국당에 회동 전날인 10일까지 최종 당론을 요구했으나 돌아온 건 '의원정수 270석 감축' '비례대표제 폐지'라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안이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0일 당내 정개특위을 열어 "내각제 개헌 없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동의할 수 없다. 국회의원 밥그릇 싸움이 급하지도 않다"며 이 같은 안을 전격 제시했다.

여야 4당은 비판을 쏟아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한국당 개혁안은 정치를 혐오하는 국민 마음을 교묘히 이용한 포퓰리즘이자 약속파기 행위를 덮으려는 속임수"라고 했고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도 "한국당안은 패스트트랙을 피하려는 얄팍한 의도로 선거제 개혁에 어깃장을 놓기 위한 청개구리안이자 위헌적 요소까지 있다"고 혹평했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 역시 "선거제 개혁은 지역주의, 승자독식으로 말미암은 비례성 문제를 완화해 다양한 민심을 반영하자는 것인데 한국당은 거꾸로 가는 안을 내놨다"며 "한국당안은 협상을 위한 게 아니니 협상 재개니 뭐니 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다.

▲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야 3당 지도부와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조찬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관건은 패스트트랙 관련 여야 4당 단일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또 "의원직 총사퇴까지 불사하겠다"는 한국당 반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로 모이게 됐다. 일단 야 3당은 민주당안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 3당은 민주당이 제안한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안(기존 지역구 247석, 비례 53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야 3당은 애초 의원정수를 기존 300석에서 최소 330∼최대 360석까지 늘려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입장이었다. 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여권은 물론 국민 정서를 거스르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쟁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롯해 전체 의석이 아닌 비례 의석에만 연동형을 적용하는 방안, 비례도 50%만 연동형을 적용하고 나머진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 등을 거론하고 있다. 권역별이 아닌 전국, 부분적·병립적이 아닌 전면적 연동형을 주장하는 야 3당으로선 타협이 쉽지 않은 지점이다.

시점도 문제다. 3월 국회 중에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돼 최장 330일이 경과한다고 가정하면 내년 4·15 총선을 불과 두 달 정도 앞두고 본회의에 상정된다. 선거제 개혁과 뗄 수 없는 선거구 획정 자체도 문제지만 선거를 준비하는 현역 의원·예비후보도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과 함께 패스트트랙을 추진 중인 △공직자비리수사처법 △검경수사권 조정과 사법개혁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에 대한 야 3당의 시각 차 역시 조정해야 할 난제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은 제1야당 말살 시도"라며 그야말로 결사항전 태세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패스트트랙이 강행되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며 "의원직 총사퇴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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