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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오늘은 삼겹살도 굽지 맙시다 - 인간으로서 '낯 뜨거운' 전두환 씨와 나경원 씨 입에 부쳐

말·글·몸짓으로 표명·실현되는 생각
인간 맞나 싶은 그들의 말 보니 '끔찍'

2019년 03월 14일(목)
김륭 시인 webmaster@idomin.com

가령 낫 놓고 기역 자를 모르는 자가 있다 한들 그 역시 모든 인간에게 의식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는 자신의 마음만 인식할 뿐이다. 말과 글이 생각을 고정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글쓰기가 그렇듯이 말을 하는 행위 또한 생각의 한 방법이다. 어떤 말이나 어떤 몸짓을 통해서 표명되지 않는 생각이란 없다.

'빌렘 플루스'의 말처럼 표명되기 전의 생각은 하나의 가상성, 즉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불과하다. 인간의 생각은 말과 글 그리고 몸짓을 통해서 실행되고 실현된다. 어쩌면 우리는 어떤 말을 하거나 몸짓을 하기 전에는 생각할 수 없는지 모른다.

말로 표현되지 않고, 글로 쓰이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의 혹은 누군가의 말과 몸짓을 함부로 그리고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최근 필자가 전두환 씨나 나경원 씨의 말과 몸짓에 '왈칵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훼손 재판과 관련해 알츠하이머 등 온갖 이유를 들먹이며 출석을 거부하던 전두환 씨가 23년 만에 광주 법정에 출석해 온 국민의 관심을 모은 11일, 재판이 열린 광주지방법원 인근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창밖을 내다보며 "전두환 물러가라"고 외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들은 인간들이 살아가는 전체 세계를 허구로 만들 수 있으며, 그곳에서 거주하면서도 그런 세계 바깥에 머물 수도 있다. 행여 아이들이 뭘 알아? 하고 말하고 싶다면, 당신은 시쳇말로 '꼰대'다.

아이들의 말과 몸짓을 통해 현실 그 이상의 것이 일어날 수도 있다. 예컨대 우리가 하는 말이며 이야기가 시(詩)이지만, 이 시가 한걸음 더 나아가면 그 너머 어떤 것, 즉 말해질 수 없는 채로 드러나는 것처럼 말이다.

이날 전 씨가 온 국민들에게 확인시킨 말은 "이거 왜 이래"이고, 그의 몸짓은 자신의 죄를 전혀 인정하지 않겠다는, 그래서 저게 인간 맞나? 하는 의아심이 들 정도로 상징적이었다. 우리 나이로 88세, 얼마나 더 오래 살아야 스스로 돼지보다 못한 인간이었음을 깨닫게 될까.

하긴 나이가 무슨 대수인가. 지금 이 나라에는 그 말과 몸짓을 따져보자면 삼겹살을 굽기에도 '낯 뜨거운' 불판이 있다. 보다 쉽게 돼지삼겹살이 한데 섞여 굽히는 건 싫다고 할 입과 몸짓들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전 씨가 "이거 왜 이래" 하고 TV 화면 속을 나간 하루 뒤 구원투수처럼 등판한 인물이 있으니, 참 가엾다는 생각마저 싹 가신다.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다"라며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 이게 과연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문을 낭독한 이 나라 최대 야당 원내대표라는 인간의 입에서 나올 말일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를 차치하고서라도 '인간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경원 발언, 국가원수·한반도 평화 염원하는 국민에 모독"이란 청와대의 논평이 그의 말에 비해 '너무 과분하고 유식해 보여'(?) 아깝다는 얘기다.

그래서 제 입에 풀칠도 제대로 못 하는 삼류시인 견해로 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아니, 나경원 씨 식으로 말하자면 "하고 싶은 말도 못 하는 국민이냐, 수입 돼지삼겹살보다 못한 당신 얘기 따윈 듣지 않겠다는 자세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오만과 독선"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나 또한 얼굴이 있고 그 위에 붙은 입이 있으므로, 벌써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인도 전역을 긴장시키고 있는 '돼지독감'보다 끔찍한 입들이 이 나라엔 너무 많다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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