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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작은 제안 하나

설 자리 잃은 이 시대 아버지들
올 5월엔 아버지께 더 많은 관심을

2019년 03월 14일(목)
이상원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행정과 주무관 webmaster@idomin.com

다소 생뚱맞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필자는 우연히 접한 옛 자료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때는 2004년 11월로 거슬러 간다. 영국문화원이 설립 7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의 비영어권 국가 102개국의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설문은 비영어권 국가 주민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단어를 쓰도록 하고, 단어가 언급된 횟수에 따라 1위부터 70위까지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상대로 설문결과 1위는 '어머니'를 뜻하는 'mother'가 차지했다. 2위는 '열정'을 뜻하는 'passion', 그다음으로 '미소'(smile), '사랑'(love), '영원'(eternity) 순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여기서부터가 필자에게 두통을 안겼다. '아버지'를 뜻하는 단어는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뒤적이다 보니 78위 즈음에 있었다는 말이 오간다.

문명의 진화는 시대가 요구하는 아버지상까지 바꿔 놨다. 맞벌이가 일반화되면서 가정에서도 분업이 일어나고, 열심히 돈을 벌어 가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었다. 필자 세대의 아버지는 자식만은 당신처럼 살아선 안 된다는 생각에 때론 엄하게 때론 억지를 부려서라도 권위를 지켰다. 그런데 언론을 장식한 여러 사건만을 보더라도 이젠 그런 권위마저도 무너져 버린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

저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다르겠지만 필자는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왜 따뜻한 말 한마디도 못 해드렸는지 후회가 될 때가 많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무뚝뚝함에 배어 있는 아버지의 배려를 어리석은 필자는 알아채지도 못했다. 그래서 아버지의 존재를 당연시 여겨왔었고 이제서야 여기저기 흔적을 찾고 있다.

아버지는 거저 되는 것이 아니다. 자녀가 태어나는 순간 아버지도 태어나는 것이고 스스로 붙일 수 있는 이름도 아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아버지를 재조명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된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 곳곳에서 아버지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아버지로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정책도 추진해 주었으면 한다. 그동안 똑똑한 부모로 만들기 위한 정책은 있었어도 아버지만을 위한 자리는 부족했던 것 같다. 또 대한민국 아버지 보고서라는 것도 유명한 작가들이 나서서 쓰고 말이다. 아버지의 자존감이 올라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미리 보지 않아도 기대 만발이다.

필자는 꽤 오랜 기간 있던 부서에서 자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것 같다. 수개월 뒤에라도 그것에 적응하겠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그동안 필자에겐 만만치 않았다. 마흔을 훨씬 넘은 아들이 어리광 부리며 기댈 수 있는 아버지는 곁에 없지만 그나마 "아빠, 오늘은 별일 없었고?"라고 걱정해주는 아이의 아버지이기에 잘 버텨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필자가 작은 제안을 하나 해본다. 물론 필자는 그러지 못했다. 또 어머니는 세상 모두가 인정해주는 분이니까 올해만큼은 조금 서운하더라도 이해해 주실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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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올해 5월만이라도 아버지를 평소보다는 조금만 더 관심을 보여주고 손 한 번 더 잡아 주었으면 한다. 아마 아버지에겐 평생의 행복한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 필자도 아이의 아버지이기에 분명 그럴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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