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마산의료원 1층 로비에 줄을 맞춰 놓인 의자에는 이미 빈자리가 없다. 접수가 시작되려면 아직 30분이 남았는데 그 시간 대기번호표를 뽑은 어느 할머니에게 기계는 당신이 벌써 56번째 손님임을 알려준다. 옆에는 오전 7시부터 번호표를 배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뒤에 선 사람이 다급히 다음 번호표로 손을 뻗는다. 진료 시작은 9시다. 한쪽에서는 한숨 섞인 대화가 오간다.

-옆집 아지매가 사람 많다고 7시 전에 가라 했는데 촌에서 버스 타고 온다꼬 고마 늦었네, 언제 하고 가긋노, 딴 데는 병원비가 너무 비싸서 왔드만.

-오후에는 수술이 많은가 아침에 한 8시까지는 번호표를 뽑아야 된다 하대요, 내는 엊그제 낮에 왔다가 그냥 갔다 아입니꺼.

번호표를 뽑은 뒤 소리 없이 영상만 나오는 텔레비전을 보거나 눈을 감고 쉬거나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으로 기다림의 초조함과 지루함을 잊어보려는 대기자들의 연령은 대부분 60대 이상이다. 그럼에도 이른 아침 부지런히 병원에 찾아와 의사를 기다리는 그들은, 더욱이 환자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병원 로비로 들어선다.

접수를 마친 사람들로 곧 진료실 앞 대기실과 복도도 북적인다. 의사를 언제쯤 볼 수 있을지 묻는 말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보소, 내 몇 번째요?

-열 세 번째네요.

-아이고, 일찍 접수한다고 했는데도 그렇노, 얼마나 기다리야 되긋소?

-한 시간쯤, 좀 더 기다리셔야 될 수도 있고요.

다시 로비 접수창구. 오늘 의사선생님이 볼 수 있는 환자수가 다 찼다고 말하는 직원과, 진료시간 전에 왔는데 왜 접수가 안되냐고 묻는 고령의 환자 간에 실랑이가 한창이다.

진주의료원 문을 닫은 사람과, 닫아야 한다고 했던 사람과, 닫은 게 뭐가 문제냐는 사람에게 저 대기번호표를 뽑아보시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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