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과 공모" 1심 판결 뒤집힐까
보석 두고 특검과 공방
재판부, 1심 논란 의식
"공정성 잃지 않을 것"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선고를 받고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자신의 무죄를 거듭 주장했다.

김 지사는 1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1심 유죄의 근거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너무 많아 지금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래도 유죄, 저래도 유죄' 식으로 판결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이 말을 맞춘 게 드러났지만 1심 재판부는 이런 정황과 증거를 애써 무시했다"며 "드루킹이 제게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한 적 없다고 인정하는데도 특검은 제가 회유해서 그렇다고 한다. 불법 공모한 관계라 하기 어려운 사례는 이외에도 차고 넘친다"고 했다.

김 지사는 이어 "드루킹의 무리한 인사 요구도, 문재인 후보와 만남·통화 요구도, 청와대 방문 요청도 어느 것 하나 실현되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경계하고 조심하지 않은 정치적 책임은 온전히 감당하겠지만 저는 노무현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모시고 정권교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신 사람으로서 이런저런 요청이 있으면 성심껏 대응하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고 살았다"고 해명했다.

지난 8일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한 보석과 관련해서는 "유무죄를 다투는 건 남은 법적 절차로 얼마든지 뒤집을 기회가 있겠지만 법정구속으로 발생한 도정 공백은 어려운 경남 민생에 바로 연결돼 안타까움이 크다"며 "도지사 권한대행이 일상적 도정업무는 할 수 있지만, 서부경남 KTX, 김해신공항 등 국책사업은 때로 정부를 설득하고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의해야 하는 일로 대행 체제로는 어려움이 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다툼도 지역 내 갈등 조정 역할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지사 측 변호인도 "피고인은 이른바 공적인 인물이고 행동에 여러 제약이 따른다"며 "도주 우려가 없다는 걸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안다. 또 원심 판결에 눈에 띄는 하자가 있는 이상, 원점에서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면 석방해서 재판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드루킹 특별검사 측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태도를 보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보석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검은 "1심 선고가 나자마자 사법제도에 부적절한 태도를 보이고 지지자와 언론에 기대는 시도를 한 것은 공정해야 할 정치인으로서 취할 입장이 아니"라며 "법과 제도에 의해 도지사가 없어도 기본적인 도정 수행은 보장된다. 도지사라는 이유로 석방을 요청하는 것은 오히려 특혜를 달라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드루킹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며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이에 "피고인에게 보석을 불허할 사유가 없다면 가능한 허가해 불구속 재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음 달 11일 두 번째 공판까지 지켜보고서 보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2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부 차문호 부장판사는 김 지사 1심 판결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어떤 예단도 갖지 않고 공정성을 전혀 잃지 않고 재판할 것"이라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불공정 우려가 있으면 종결 전까지 얼마든지 기피 신청을 하라"고 제안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차 판사는 "항소심 접수 이후 재판 시작도 전에 완전히 서로 다른 재판 결과가 당연시 예상되고, 그런 결과는 재판부 경력 때문이라면서 재판부를 비난하고 벌써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며 "어느 경우더라도 이 법정이 아닌 법정 밖 비난과 예단은 무죄 추정을 받는 피고인의 무죄를 예단하거나 엄벌하라는 압박으로 보인다. 이는 인생을 결정짓는 재판을 앞두고 몸부림치는 피고인을 매우 불안하고 위태하게 만드는 것이며, 신성한 법정을 모독하고 재판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지사 공판을 내달 11일부터 월 2회씩, 오후 시간을 전부 할애해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2017년 대선 등을 앞두고 인터넷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업무방해죄 위반)와 그 대가로 일본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김 지사는 지난 1월 30일 끝난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업무방해죄)과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공직선거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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