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기하다 '부동산 신화'커녕 폭삭
매매가 하락 전세금도 못빼줘
문서위조해 은행대출 행각까지
2년 동안 사기 규모 67억 원

한때 아파트와 원룸 등 수십 채를 보유했던 60대가 빈털터리 신세가 돼 사기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받았다.

지난 2017년 12월 ㄱ(60) 씨는 10억 원 규모 사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ㄱ 씨 수중에는 10만 원이 채 없었다. ㄱ 씨는 아파트·원룸 등 부동산 사업을 하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서 고소를 당했다. 그는 최근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앞서 다른 사기 사건으로 징역 6년을 확정받았다. ㄱ 씨는 2015년 9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지인이나 세입자를 속여 돈을 빌려 갚지 않거나, 계약서·공문서를 위조해 대출을 받는 등 모두 67억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등)로 두 차례 기소됐다.

사기 사건 2건의 재판에서 거론된 ㄱ 씨 보유 부동산만 창원지역 아파트 19채, 김해·울산·경북 구미 원룸 3채 등이었다. ㄱ 씨는 자신이나 가족·지인 이름으로 부동산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빚도 10억 원이나 있었다.

그런데 경찰에 붙잡혔을 당시 ㄱ 씨는 왜 돈이 없었을까.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통장 거래내역을 확인했는데, 돈이 들어오면 곧장 여러 다른 채권자에게 빠져나가고 있었다"며 "ㄱ 씨가 소유한 아파트를 담보로 다른 부동산을 매입했다. 소유한 아파트는 이미 시세보다 높게 근저당 설정이 돼 있어서 돈을 갚고자 팔기엔 부족했고, 팔아도 갚지 못했을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ㄱ 씨가 이번 사기 행각을 벌였던 때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점점 내려가던 시기였다. 그러다 빚을 상환하고,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는 등 돌려막기에도 한계에 부딪히면서 사기가 시작됐다.

검찰이 기소한 혐의를 보면 ㄱ 씨는 아파트 전세 세입자나 원룸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없으면 돈을 더 받고 팔겠다고 속였다. 또 보증금을 투자하면 수익을 얹어 돌려주겠다며 사기를 쳤다. 가지고 있지도 않은 상가 분양권을 언급하며 투자를 권유해 돈을 가로챘고, 제주에 땅을 사들여 수익을 내면 이자를 더해 갚겠다고 속이기도 했다.

급기야 ㄱ 씨는 대출을 받고자 문서를 위·변조해 은행까지 속이는 일까지 벌였다. ㄱ 씨는 자신이 소유한 주택에 세입자가 살고 있음에도 부동산 계약서와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전입세대열람내역 등 공문서를 위조해, 세입자가 없는 것처럼 꾸몄다. 전입세대열람내역에 '세대주 ○○○'이라고 기재된 부분을 잘라내고, 다른 전입세대열람내역에서 '해당 주소의 세대주로 존재하지 않음'이라는 문구를 떼다 붙여 복사했다. 이런 수법으로 은행을 속여 수십억 원대 대출을 받았다.

돌려막기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여러 사기 건이 터지기 시작했고, 재판에 넘겨졌다. 창원지방법원 제2형사부(이완형 부장판사)는 ㄱ 씨에게 지난 14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ㄱ 씨의 혐의에 대해 "개인 채무를 변제할 생각이었을 뿐 피해자에게 돌려주거나 갚을 의사나 능력은 없었다"고 했다. 이번 선고가 확정되면 ㄱ 씨의 형량은 8년으로 늘어난다.

앞서 지난 2월 부산고법은 ㄱ 씨에게 사기,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등 혐의로 징역 6년형을 확정했다. 부산고법 재판부는 "일부 피해자는 심각한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며 "피해금액 30억 원가량 중에서 11억 원 정도만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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