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기술이 최고보다 더 뇌리에 남아
세계 선도하는 국내 기업·기술 응원을

최근 폴더블폰, 5세대(5G) 통신서비스 등 IT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제품을 내놓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2007년 바(Bar) 타입의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은 가장 혁신적인 스마트폰으로 꼽히고 있다. 전 세계가 폴더블폰 출시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이 2월 20일 시제품을 공개했다. 이에 뒤질세라 중국 기업도 2월 24일 공개해 바로 응수하였다.

또 이동통신 속도가 지금보다 130배 이상 빨라서 네트워크 혁명으로 불리는 '5G 이동통신' 개통을 앞두고 미국은 4월 11일, 한국은 이보다 이른 4월 5~10일에 서비스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심지어 두 나라의 대통령이 세계 최초 5G 통신서비스 타이틀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정도다.

기업 간 경쟁이 국가 간 자존심 대결로 전개되면서 국민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기업들은 왜 이토록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집착하는 것일까? 어떠한 이점이 이들을 1등만 바라보게 한 것일까?

먼저 마케팅 관점에서 살펴보자. <마케팅 불변의 법칙> 저자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는 '더 좋은 것보다는 최초가 되는 편이 낫다'고 했다. 더 나은 것을 만들려 하지 말고 최초가 될 수 있는 영역을 만들 것을 주장한다. 선도적인 브랜드는 대부분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맨 먼저 자리를 잡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실체는 아랑곳하지 않고, 맨 먼저 기억하게 된 최초의 제품을 가장 우수하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마케팅은 제품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며, 고객의 기억 속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고'보다 '최초'가 훨씬 효과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으로 기술혁신론 관점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자.

첫 번째, 최초 시장 진입은 시장의 독점과 자원의 선점에 유리하다. 시장 초기에는 경쟁자가 없으니 일시적으로 시장과 유통망을 독점할 수 있고, 정부의 각종 혜택과 승인 등의 희소자원을 우선 획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업의 충성도와 최초 제품에 대한 고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고객이 기존(최초) 제품에서 다른(후발) 제품으로 전환하려면 다른 제품의 기능 등을 익히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할애해야 한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기존 제품에 익숙한 고객은 이러한 '전환비용'을 꺼리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선도기업이 후발기업을 견제할 수 있고 고객을 유지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선도기업이 기술의 표준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초 제품은 대부분 시장에서 사실상의 표준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선도기업의 기술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 후발기업은 표준을 회피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하거나 비용(기술료)을 지불해야 한다. 후발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살펴본 바와 같이 '최초'는 고객의 뇌리에 빨리 각인될 뿐만 아니라, 기술혁신 측면에서도 많은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초가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차지한 선도자는 주변 기술과 인프라의 미성숙, 수요의 불확실성, 시장개척 비용, 후발기업의 혁신적 모방 등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 선도자는 이러한 위험 요인을 잘 관리하고 최소화해야 재빠른 추격자들을 따돌리고 시장을 계속 차지할 수 있다.

채재우.jpg
과거 우리나라 연구기관과 기업들은 대부분 재빠른 추격자들이었다. 어느덧 우리도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는 선도자가 많아지고 있다. 자랑스럽고 기분 좋은 일이다. 우리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더 많은 기술 선도자가 될 수 있도록 국민적 응원이 필요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