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개장도 불투명
험난했던 공사 막바지…개장까지 갈 길도 멀어
기존 4월 개장서 7월로 미뤄져…놀이기구 등 시설 갖춰가지만 하수관거 마무리 안 돼 '난항'
재단-업체 운영방식·예산 공방…접근성·입장객 확보 대책 미비

'경남 마산로봇랜드'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반동리로 향하는 도로는 평소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는 곳이긴 하지만, 올해 7월 로봇랜드 개장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공사 현장을 오가는 대형트럭과 레미콘 차량이 내뱉는 막바지 굉음은 주위를 한층 더 소란스럽게 했다.

흡사 '로봇랜드 사업'의 한 단면인 듯 보였다. 뭔가 될 듯 될 듯하면서도 그 실체는 보이지 않았고, 7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투입된다고는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는지 시민들은 잘 알지 못했다.

경남 마산로봇랜드 사업을 관장하는 '경남로봇랜드재단'의 정창선 원장은 지난 18일 박성호 도지사 권한대행 등이 참석한 현장 간담회에서 "토목 87%, 건축 90%, 테마파크 86%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7월 개장은 문제없고, 각종 콘텐츠 역시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테마파크 공사 현장에는 '쾌속열차'와 '스카이 타워' 등의 대형 놀이기구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으며, 로봇체험관 등의 건물도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공사 현장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순조로운 7월 개장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들 뿐 아니라, 개장을 하더라도 그동안 제시되어온 로봇랜드 청사진이 현실화될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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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반동리 경남 마산로봇랜드 조성공사 현장.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공사 지연, 발등에 불 =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로봇랜드는 4월에 개장했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초 개장일은 7월로 미뤄졌다. 경남로봇랜드재단 측은 개장일정 연기 사유로 '2018년 혹서기 탓에 2개월 공사 지연'과 '테마파크 내 놀이기구 시운전 필요' 등을 들었다.

그러나 이 외에도 7월 개장을 위해 필요한 여러 절차가 난항을 겪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준공에 필요한 하수관거 공사조차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로봇랜드에서 발생하는 하수는 덕동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지게 되는데, 구산면 수정리와 덕동리 구간에서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고 있다. 특히 수정리 구간 하수관거 공사는 면 소재지를 관통하는 2차로 도로를 파 뒤집어야 가능한데,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대형 공사 차량으로 심각한 생활권 침해를 호소해온 수정리 주민들은 하수관거 공사가 시작되면 지반 균열과 주택 파손이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완료되었어야 할 하수관거 공사가 지금까지 늦춰진 데는 로봇랜드 인근에서 추진되고 있는 구산해양관광단지 건설 사업의 영향도 있었다. 지난해 로봇랜드 하수관거 공사를 시작할 즈음, 창원시의 요청에 따라 구산해양관광단지 하수 용량까지 포함하기 위한 설계변경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로봇랜드재단은 "민원 해결이 거의 막바지 단계이고, 실제 공사가 시작되면 완공까지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며 개장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해결했어야 할 일을 지금까지 차일피일 끌어왔다는 점에서 그동안 공사 난항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점이다.

◇개장하더라도 걱정 = '로봇랜드 7월 개장'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대목 중 하나는 테마파크 운영사와 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로봇랜드 개장'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7월에 개장되는 공간은 로봇랜드사업 한 부분이자 놀이동산이라 할 수 있는 '테마파크' 하나라 해도 무방하다. 로봇랜드 사업에 포함된 호텔·콘도 등은 2단계 사업에 속해 있고 아직 착공조차 되지 않았으며, 테마파크와 함께 개장되는 R&D센터에는 입주하는 기업이 없는 상황이다.

로봇랜드 사업비 총 7000억 원 중, 민간자본 1000억 원이 투입돼 '테마파크'가 건설됐고, 협약서상 이를 운영할 업체는 '서울랜드'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서울랜드가 로봇랜드 테마파크를 어떻게 운영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책임운영제'인지 '관리운영제'인지를 놓고 협상 중이며, 무엇보다 수탁 운영을 하게 될 서울랜드에 얼마만큼의 예산을 지원할지를 놓고 공방이 치열하게 오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남도와 경남로봇랜드재단 등에 따르면, 서울랜드 측은 한 해 운영비 370억 원가량을 요구했고, 이에 로봇랜드재단은 270억 원이면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00억 원의 격차'를 양측이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도 의문이다.

테마파크가 개장 후 예상하는 연간 입장객은 150만 명이다. 하지만 현 도로 상황에서 150만 명이 로봇랜드에 접근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국도5호선 완공이 계속 늦춰지면서 내년 하반기 개통할 예정이다. 부산 쪽에서 마창대교를 넘어오더라도 로봇랜드까지는 구불구불한 2차로 도로를 넘어가야 하는데, 과연 150만 명 유치 성과를 이룰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장 일정을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로봇랜드재단 관계자는 "만약 7월 개장을 못 하면 테마파크에 투자를 한 대주단과의 계약 위반이 된다"며 난감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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