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향하는 소방차 행렬에 안도·감동
세월호 땐 왜 이리 못했나 진실 드러나길

강원도로 향하는 소방차 행렬을 보고 울컥했다. 곤도르가 좌절할 때 동쪽 언덕에서 모습을 드러낸 로한 기마병-영화 <반지의 제왕> 중-이 줬던 감동을 현실에서 느낄 줄 몰랐다. 분명한 현실이었고 마땅한 현실이었다. 과격한 감동을 한순간에 아작낸 주체는 자유한국당 지지자였다. 이른바 '황교안지킴이 황사모' 밴드 대표라는 이는 SNS로 산불 진화 공을 사모하는 당 대표께 공손하게 바쳤다. 우리 조상은 미친 사람도 괄시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기면서 미친 사람에게도 충고 한마디 남겼다. "미쳐도 곱게 미쳐야 한다."

처참한 재난 속 가까스로 찾은 한줄기 위로였다.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 2014년 그날 이후 고통과 눈물, 갈등, 연대를 갈아넣으며 더는 미룰 수 없다던 과제. 5년 전 우리는 왜 최선을 찾지 못했고 차선을 놓쳤으며 차악을 결정하지 못하고 최악으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 가까스로 참은 눈물은 그 성분을 분석할 수 있다면 대부분 다시 밀려오는 후회와 탄식이었을 테다.

5년 전 이 사회에 사무치는 과제를 안겼던 참사에 대한 진상 조사가 분기점을 맞았다. 특별조사위원회가 세월호 CCTV 저장장치 조작·은폐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위원회는 조사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자료인 CCTV 저장장치부터 조직적인 왜곡이 있었다는 점을 추정이 아닌 증거로 드러냈다. 해군이 실제 수거한 저장장치와 다른 물건이 검찰에 제출됐다는 것이다. 비겁한 권력이 저지른 해코지에 닳을 만큼 닳은 유가족은 다시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게 분명하다.

유가족과 생존자, 생존자 가족으로 구성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는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 설치와 전면 재수사를 청원했다. 이들은 위원회 조사로 CCTV 저장장치 조작·은폐 증거가 드러난 만큼 검찰이 나서 강제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진상 규명 3대 과제는 △해경이 선원만 구조하고 승객은 구조 시도조차 하지 않은 이유 △세월호 급변침과 침몰 원인 △박근혜 정부·황교안이 증거를 조작·은폐하고 진상 규명을 방해한 이유.

며칠 전 술잔을 나누던 선배가 가방에 붙인 노란 리본을 보이며 말했다. "잊히지 않아. 혹시 머리로 잊어버리더라도 가슴에 새긴 아픔은 사라질 것 같지 않아. 그 아픔마저 잊을까 싶어 가방에 붙인 노란 리본을 떼지 못하겠어."

"가방에 걸어놓은 노란색 리본까지 떨어질까 싶어 매달 통장에 새겨요. 후원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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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진행 중인 청원 제목은 '대통령님께서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 설치와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를 지시해주시기를 청원합니다'이다. 청원은 4월 28일 마감한다. 8일 오후 4시 현재 4만 5707명이다. 진실을 감추려는 자가 편한 꼴은 도저히 못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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