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다를 뿐 비슷비슷한 지역빵
'그곳에 가야 먹을 수 있는'게 없다

얼마 전 일이 있어 경기도를 다녀왔다. 오가며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 경북, 충청, 전라도 등 몇 곳에서 쉬었는데, 어느 곳 할 것 없이 비슷비슷한 메뉴가 구비돼 있었다. 기본메뉴라 할 수 있는 핫도그와 어묵에 요즘 인기 끄는 소떡, 그리고 전국구가 된 호두과자와 경주빵까지. 휴게소 이름만 다를 뿐, 메뉴로 그 지역을 알아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는 휴게소뿐 아니다. '그곳에 가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거의 찾기 어렵다. 특색이 사라진 특산음식이 된 것이다. 특색 없는 특산물에는 지역 특산빵도 한몫한다. 천안 호두과자나 경주 황남빵 인기에 힘입은 까닭인지 창원 주남오리빵, 진해 벚꽃빵, 고성 공룡빵, 제주 갈치빵, 울진 대게빵, 예천 토끼간 빵 등 지역 특산물을 내세운 빵이 각지에서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모양은 특산품의 외형을 땄지만 맛은 비슷비슷하다. 단감을 넣었다거나, 갈치 살을 넣었다고는 하지만, 빵의 기본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소비자는 관광지에 갔을 때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만만한 제품을 찾고, 판매자는 이미 성공 사례가 있는, 생산·판매가 비교적 쉬운 제품이라는 점에서 특산빵을 개발한다. 하지만 우후죽순 베끼기 특산빵은 잠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거나 큰 관심을 받기는 어렵다. 창원의 주남오리빵을 공무원들이 선물용으로 몇 번 사는 것을 봤을 뿐, 주위 사람 중 일부러 그 빵을 사러 제과점에 가는 것은 보지 못했다. 고성 공룡빵도 마찬가지. 당항포 관광지 공룡엑스포 행사장에 갔을 때 공룡빵을 사려고 줄을 길게 서 있는 것을 봤지만, 당시 행사장에는 마땅한 먹거리가 많이 없는 상황이라 굳이 공룡빵이 아니라 호두과자였더라도 줄을 서지 않았을까 싶었다.

지난 주말 가족들과 사천 바다케이블카를 타러 다녀왔다. 아침 느지막이 사천으로 출발해 점심으로 진주식 냉면을 먹고 바다케이블카를 탄 후 로또복권 1등 당첨이 많이 된 곳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가게에서 복권을 사서 귀가했다. 모처럼의 사천 나들이라 다른 곳에 들르거나 무언가 기념이 될 만한 것이라도 사려 했지만 마땅치 않았다. 그렇다고 만일 사천시가 홍보를 위해 복권빵을 만든다면 그건 코미디가 되지 않겠는가.

특산물의 모양새를 띤다고 해서 특산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호두과자나 황남빵을 따라하면 적어도 망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대만카스텔라' 등 전국에서 창업 열풍이 불었다가 반짝 한순간에 사라진 제품이 한두 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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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손 쉬운 방법으로 눈에 띄어 지역명만 각인하려고 하기보다는 스토리텔링으로 제품에 콘셉트를 씌워야 한다. 꼭 빵에 한정하지 않고 지역 특색과 재료 특징에 맞는 여러 형태의 특산물을 기획하고,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 특산품'이라면 전국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위해 그 지역을 방문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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