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격변 속 주변 살필 여유 잃어
존중 바탕으로 한 공감·소통을

많은 사람이 힐링(Healing)을 넘어 웰빙(Well-being)을 지나 휘게(Hygge), 그리고 욜로(You only live once!), 더하여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인 '저녁이 있는 삶'으로 이어지는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온·오프라인으로 문화접변이 일어나고 있다. 개개인이 문화전도사라 할 만큼 삶에 새로운 문화들이 접촉하고 때때로 새로운 문화를 형성시키고 있다. 클릭 한 번으로 다채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문화격변의 시대이기도 하다. 스낵처럼 일순간 즐기고 사라지는 문화도 있다. 문화를 즐기기도 전에 다른 문화가 형성되고 주된 문화가 전이되어 문화지체 현상도 만들어 낸다.

세계사를 들여다보면 바다를 통해 문화가 접변되다 일순간 공중의 비행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철도와 자동차가 실핏줄처럼 육지로 뻗어나간다. 그리고 지금은 1GB를 10초 안에 내려받는 시대에 돌입했다. 세상은 빠르게, 더 빠르게 경쟁하듯 빛의 속도로 내일을 향해 달린다. 하지만 사람은 순간순간 적응해가기 바쁘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단절과 단절이 일어나고 있다. 서로 외딴 섬처럼 떨어진 바로 세대 간 거리다.

기술의 발달은 분명 우리를 편리하게 만든다. 하지만 속도에 몸을 맡기면 문화가 융합되기도 전에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게 만든다. 데이터들은 10배 이상 빨라진 응답 속도로 위험을 예측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무인자동차의 시대로 달려가지만, 그 자동차에 몸을 싣는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하며 소통할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저마다의 삶의 치열함에 한숨 돌릴 틈 없이 일하고 일한 사람들에게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있었을까. 빠르게 지나쳐가는 창밖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을까. 남들보다 천천히 가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떤 틀을 씌워 왔는가.

익숙하지 않으면 문제는 발생한다.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기성세대도 젊은 날 서툴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금까지 왔다. 지금의 청년세대도 새로운 시대 앞에 내일을 향해 도전하고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한편으로 기성세대가 향유했던 문화들을 청년세대들이 복고를 넘어 '뉴트로'로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내일을 만들고 있다.

이제라도 서로의 모습을 SNS로 그만 엿보고 '내 때는 안 그랬는데', '나는 안 그래야지'라는 생각을 털어야 한다. 톡이라도 보내야 한다. 그 행동의 기저에는 서로의 존중이 필요하다. 끝없는 비판이 아닌 공감과 소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이미 알고 있는 서로의 힘듦에 대한 위로가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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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만 달러 달성 후 12년 만에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선 우리나라는 OECD가 조사한 '워라밸 지수'가 10점 만점에 4.7점에 불과하다. 35개 회원국 중 32위다. 경제와 삶의 질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무수한 사건과 갈등이 만들어지는 삶이라는 큰 드라마에 갈등 해결 열쇠는 대화다. 터무니없고 현실과 동떨어진 대답이 아닌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방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대화의 문은 열린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속도는 느릴 것이다. 섬과 섬 사이 다리가 있다. 그 다리는 연결을 의미한다. 함께 손잡고 나아갈 때, 그 문화는 수치에 저울당하지 않을 것이며 더욱 크고 포괄적인 희망과 사랑 그리고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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