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큼 사랑해!" 영화 <어벤저스-엔드게임>에 나온 아이언맨 딸의 대사다. 영화 흥행과 맞물려 유행어가 되고 말았다.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을 등교시키며 차 안에서 장난 반 진심 반으로 "3000만큼 사랑해"라고 말을 넌지시 던져 봤다. 어색한지 어이가 없는지 돌아온 반응은 '피식' 하고 김새는 웃음뿐이었다. 그 이후로 몇 번 더 등굣길에 시도를 해 보았다. 계속 별 반응이 없던 아들이 일주일 넘게 지나서야 "저도 3000만큼 사랑해요"라고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차에서 내린다.

지난 호 <피플파워>에서 올해 대학에 입학한 어머니를 인터뷰했다. 기자 윤리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자식 입장에서 부모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재밌겠다는 주변 의견에 용기를 내어 인터뷰를 했다. 어머니는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위문편지로 월남전에 참전하신 아버지를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고등학교를 채 마치지 못하고 아버지와 야반도주를 했다. 어린 시절에는 이런 부모님이 부끄러워 어머니 학력을 친구들에게 속이기도 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는 자신 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어머니에게 미안해서 어머니의 늦깎이 대학생활을 적극적으로 뒷바라지하신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공부를 못한 게 아쉽기는 했어도 아버지와 자식들을 생각하면 자신이 선택한 삶이 후회되지 않는다는 어머니 생각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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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 대한 희생으로 뒤늦게 대학생활을 하시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아껴 주시고 자식들에게 모범이 되시는 아버지께 사랑한다는 말은 중학생 아들처럼 아직도 어색하다. 조금이나마 덜 쑥스럽게 유행어를 빌려 말씀드리고 싶다. "아버지 어머니 3000만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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