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대치정국 장기화
청와대발 조건부 회담 급부상
3당 상설협의체 구성도 대안

선거제도 개편안 등의 국회 '신속처리안건 지정'(패스트트랙)과 이에 맞선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이 촉발한 여야 대치정국이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당의 태도는 완강하다. 선(先) 패스트트랙 철회 및 사과와 문재인 대통령-황교안 대표의 1 대 1 영수회담 수용 없이는 대화도 협상도 없다는 태세다. 나머지 여야 4당 역시 '불가능한 요구'라며 한국당의 입장을 비난하고 있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이 일각에서 제시돼 주목된다.

청와대 쪽에서 나온 '선(先) 5당 회담, 후(後) 1 대 1 회담'이 대표적이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13일 '5당 회동 뒤 한국당과 1 대 1 회담을 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 물음에 "열려 있는 것으로 봐달라"고 했다.

공식화까지는 아니지만 논의는 해볼 수 있다는 기류였다. 실제 이런 의견은 정무라인을 통해 황교안 대표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의 또 다른 요구인 '교섭단체 3당 중심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에도 긍정적 목소리가 나온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5당이 참여하는 형태로 출발했는데 한국당에서 3당 원내교섭단체 중심으로 가자는 견해를 제기해 좀 고민스럽다"며 "그거 안된다고 하면 정국이 더 꼬일 것"이라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국회 경색이 국민 모두에 걱정을 끼치는 것 같아 매우 송구스럽다"며 "추가경정예산안과 민생 법안이 발 묶인 상황을 조속히 타개해야 한다. 이제는 책임 공방에서 벗어나 민생을 위해 국회로 돌아와달라고 한국당에 거듭 부탁한다"고 했다.

한국당은 일단 청와대 측 제안엔 확실히 선을 그었다.

충청권을 방문 중인 황교안 대표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여러 당이 함께 모여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나누다 보면 초점이 흐려지고 정말 우리가 원하는, 논의돼야 하는 내용이 논의될 수 없다"며 "대통령과 격의 없는 1대 1 대화를 통해 경제와 민생을 살리고 안보를 지켜낼 저희 생각을 말씀드리고, 대통령 의견도 들어서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협력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개헌'을 매개로 한국당을 설득해야 한다는 '제3의 대안'도 제시된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야당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협치를 위해 통 큰 자세를 보여야 할 때"라며 "개헌과 선거제 개편 동시 논의 등 제1 야당 요구를 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13일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계속 주장한 것이 '개헌 없이 선거제 개혁 없다'였다"며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안을 갖고 테이블을 열면 된다. 이게 패스트트랙 협상을 강제하는 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은 지난해 12월 15일 한국당을 비롯한 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한 합의를 할 때 포함된 내용이다.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한국당이 주장하는 패스트트랙의 전면 철회는 현실화되기 어렵지만 개헌과 같은 명분을 쥐여 주면 상황은 또 어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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