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교적 성공 사례 거의 없어
평화 좋지만 적절한 합종연횡도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무리를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는 이론이다. 크게 본다면 국가도 같은 이치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나라는 이웃 나라들과의 교류 없이 독자적인 발전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외교란 국익을 위해서 온갖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기도 하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욱 장기적인 안목에서 일정 기간 손해를 감수하기도 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나의 이익만 고수한다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심한 손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 유럽이나 동남아 등 다수 나라에서 외교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카자흐스탄에서의 수모를 비롯하여 슬로베니아, 발틱에서의 외교적 실정은 우리 스스로가 그 원인을 제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외교적으로 우리를 아예 제대로 된 대접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우리 외교적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는 수시로 대화를 하면서 공조체제를 굳히고 있는데 지금까지 회담은 전화 통화를 비롯해서 30회를 넘어서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우리와는 겨우 수번의 회담에 그치고 있다.

며칠 전 북한에서 쏴 올린 단거리 미사일을 두고 주변국의 시각과 달리 우리는 단순히 단거리 발사체를 쐈다고 하면서 북한을 옹호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우방국에 대한 우리의 신뢰를 잃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모양새이니, 외견상 북한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위협을 받는 우리는 오히려 한·미·일 공조에서 이탈하는 듯하는 모양새를 보이게 되고, 그런 이유로 미국은 한반도 평화나 비핵화에 대해서 일본을 비롯하여 러시아 중국과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는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깐깐하기로 유명한 미국은 한국이 빠진 상황에서 파격적인 미일동맹을 과시하고 있는데, 미국은 일본에 'F-35'를 수출하면서 설계기밀까지 제공해 유사시를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 유사시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북한의 도발인데, 그 도발 위협의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는 제외되고 일본을 중심으로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적인 상황을 두고 우리가 선택해야 할 최선은 무엇일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중요하다. 하지만 평화는 힘의 우위에 있을 때 가능하다는 말처럼 무조건적으로 평화, 평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평화를 가질 원칙과 능력이 구비된 상황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은 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정치 경제적 여건이나 외교에 대해서 심사숙고해서 충분히 계산한 후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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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한 미 대사는 정부 인사와는 접촉하지 않고 오히려 야당인 황교안 대표를 만나서 현 시국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미국도 오죽했으면 이런 모양을 보여줄까 깊이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혼자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듯이, 글로벌 시대에 한 국가만 독자적으로 경영해 나갈 수 없으며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합종연횡이 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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