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가 재개발지역에 포함된 근대 가옥 두 채를 옮겨서 보존하는 방향을 추진함에 따라 재개발에 가로막힌 근대유산 보존 대책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일제강점기 마산합포구에 지어진 문인 '지하련 주택'과 '산호동 노씨 주택'은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상남산호재개발사업에 포함되면서 그동안 보존 대책이 진전되지 못했다. 이번에 창원시와 해당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협의에 따라 원형 그대로 이전을 추진하는 방향이 잡히면서 두 가옥의 보존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창원시는 가옥을 옮긴 후에는 주변에 공원을 조성하거나 건물 복원 후 주민공용시설로 이용하겠다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물론 문화유산을 엉뚱한 곳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박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문화유산의 경우 해당 건물이 놓였던 지리적 성격이나 주변 환경을 빼놓고 가치를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처음 놓였던 환경과 동떨어진 곳으로 옮기면 본디 지어진 당시의 문화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세월이 많이 흘렀고 수많은 개발에 따라 주변의 지리적 환경도 크게 변화한 사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화유산은 옮겨진 환경에 따라 새로운 문화적 맥락을 얻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문화유산이 개인 소유이고 재개발 대상 지역에 포함될 경우 이전이 아니면 철거의 운명을 벗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1909년 지어진 마산합포구 삼광청주와 1930년대 지어진 진해구 이애숙 가옥의 철거 과정에서 창원시가 전혀 손을 쓰지 못한 선례를 되풀이하면 안 될 것이다.

그런데도 막대한 비용을 고려할 경우, 이전을 통한 보전 대책을 모든 근대건축물에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창원의 근대건조물은 91개가 조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근본적으로는 '창원시 근대건조물 보전 및 활용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 과제다. 이 조례에는 근대건조물 소유자가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을 뿐 법제로서 강제성이 전혀 없다. 창원시는 근대건축물을 매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창원시도 보존을 위해 3000만 원까지 지원할 수 있게 돼 있는 해당 조례를 정비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대를 해본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