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두면 더욱 눈에 잘 보여
사회에 관심 쏟으면 기적이

40분 정도 걸리는 출근길은 언제나 '긴장감 가득'이다. 현관문 나서기를 조금이라도 지체해버리면 차량홍수에 휩쓸리기에 십상이다. 그러다 교통사고까지 있는 날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격전 끝에 창원대로를 벗어나 마산 땅 해안도로에 접어들어서야 다시 마음은 평온을 찾는다. 그때부턴 곳곳을 둘러보는 여유도 생긴다.

늘 같은 코스, 같은 시간대의 도돌이표 출근길이지만 그래도 거르지 않고 챙겨보는 곳이 있다. 성산구 쪽 해안변에 자리한 조선기자재 업체의 선실(Deck House) 작업장이다. 이곳은 조선업종 불황을 비켜 가는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선실 규모로 보아 아마도 진해에 있는 대형 조선소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4개월 정도를 봐왔는데 하루하루 완성되어가는 선실이 꽤 멋있다. 벌써 2기는 출하되어 마산앞바다를 거쳐 갔고, 제법 모양을 갖춘 것부터 새로 뼈대작업 중인 것도 줄지어 있다. 이를 카메라에 타임랩스 기법으로 담아내면 굉장한 영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필자의 하루는 선실 작업장에 빠져 시작한다.

컬러배스효과(color bath effect)라는 것이 있다. 무언가를 마음에 두면 그것이 유난히 눈에 잘 들어온다는 뜻을 지녔다. 필자는 해안도로를 타기 전엔 선실 작업에 대해 잘 몰랐는데, 선실이 만들어져 가는 것은 물론이고 신기하게도 바지선에 실려 마산앞바다를 빠져나가는 모습까지도 목격하게 됐다. 일전에 기업관련 부서에서 일할 때도 그랬고, 행정복지센터에서 의류수거함 관련 업무를 봤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그러곤 메모지를 빼곡히 채웠었다. 또 여기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있었던 것 같다.

컬러배스효과의 핵심은 관심과 집중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뉴턴과 아르키메데스의 위대한 발견을 들어 이를 설명한다.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중요한 과일 중 하나인 사과, 이것에 집중한 뉴턴은 그 결과로 만유인력의 법칙을 정의했다. 또 왕관에 은이 섞였다는 소문을 풀기 위해 감정을 맡았던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탕에서는 자기 몸의 부피만큼 무게가 가벼워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때 외친 것이 '유레카'다.

환경미화 업무를 보는 어느 직원은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려졌거나 종량제 봉투에 담기지 않은 쓰레기를 보면 분통을 터뜨린다.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거리에 서면 자꾸 그것만 보인단다. 그런데 그는 이내 불법투기를 줄이는 방법을 고안해 낸다. 유레카다. 또 마산합포구청만을 봐도 부서와 면·동의 공직자들은 마음에 두고 있던 업무에서 다른 이들의 생각보다 앞선 아이디어를 줄줄이 쏟아낸다. 여기에 역발상이 더해지면 많은 관심을 받는 정책으로 격상한다.

나아가 늘 함께 있어 소중함을 몰랐던 산소와 같이 주변에 널려있는 역사적 현장, 사회·경제적 현상 등 사소하게 여겨왔던 것들에 관심과 집중이 더해진다면, 어쩌면 기적과 같은 일을 찾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상원.jpg

밉게 보기 시작하면 뭘 해도 미워지는 게 사람의 마음인 것 같다. 역으로 눈에 담기 시작하면 긍정적인 생각은 더 앞서게 된다. 지금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면 애써 외면하지 말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더해 세상을 놀라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