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이라는 말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자체에서 하는 행사가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아니함만 못하다. 밀양 아랑규수 선발대회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밀양아리랑대축제에 맞춰 매년 해오는 행사이긴 하지만 아랑의 넋이 울고 갈, 성을 상품화하는 행사이다 보니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비판이 많은 것이다.

아랑전설은 밀양을 대표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정절을 지키려다 희생당하고 그 억울함을 풀기 위해 원혼이 되었다는 것은 전통사회의 가치관은 물론이고 성 상품화와 성폭력이 난무하고 페미니즘 운동으로까지 확산하는 오늘날에도 통하는 이야기이며 밀양의 자랑으로 삼을 만하다. 하지만 기왕에 자랑하려면 본래 이야기의 주제를 잘 우려내는 방향으로 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밀양 아랑 전설은 남원의 춘향 이야기처럼 사랑이 주제가 아니다. 축제로 전승하는 것보다는 그 뜻을 새기기 위해 영혼을 달래는 형식으로 전승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랑규수 선발대회는 지자체 홍보에 활용한다고 하지만 애초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본다. 잘못된 방향은 내용을 채우기 어렵게 된다. 아랑규수선발대회가 꼭 그렇다. 아랑규수를 선발하기 위한 필기시험에서 친일 작곡가 박시춘을 미화하는 것부터 문제였다. 전통을 기리는 행사에 민족을 배신한 행위가 설 자리는 없는 것이다. 본선대회 발표 주제로 친일화가 김은호를 제시한 것도 철회했기에 망정이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참여 인원이 해마다 줄어드는데 이를 채우기 위해 미혼 여성 공무원까지 동원한다는 부분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어떤 행사이든 본질을 왜곡해서는 성공할 수 없을뿐더러 행사를 치러서도 안 된다.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행사라면 더욱 그렇다. 밀양문화원이 주관한다고 하지만 밀양시의 아랑규수 선발대회는 시대착오적인 것을 넘어 아랑의 영혼을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이다. 60년 넘는 전통을 끊기 어렵다는 고충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잘못된 것은 그 즉시 바로잡는 것이 더 의미 있고 용기 있는 행동이다. 밀양은 충절의 고장이며 자긍심 높은 고장이다. 전설이 전해져 온 의미를 망각하고 오히려 가치를 훼손하고서는 아니함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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