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독선 앞에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2년간 진주의료원 폐업 1200여 건 보도
밀양 송전탑 현장 충돌 등 지속 취재
분석·진단 기사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독자와 지역사회에 유의미한 경남도민일보의 역사를 여기에 기록합니다. 세 가지 뼈대를 갖고 정리한 약사(略史)입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지역언론으로 어떻게 성장해왔나, 지역사회에는 어떤 역할을 해왔나? 끝으로 독자와 어떻게 교감했고, 어떤 평가를 받아왔나? 1999년 창간 전후부터 2018년까지 모두 10편으로 정리합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 동안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었다. 2012년 12월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만든 소용돌이는 경남을 휩쓸었다. 통합 창원시 후유증은 시청사, 새야구장 위치를 둘러싸고 계속됐다.

지역경제에 큰 변화도 있었다. STX그룹 해체는 현재 조선업 위기로 이어졌고, 지역환원 운동이 일었지만 경남은행은 BS금융(현 BNK)에 편입됐다. 마산자유무역지역을 이끌었던 노키아TMC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국사회로 넓히면 '생명보다 돈'을 중시한 사회에서 쌓여온 부조리, 그에 대한 자성이 터져 나온 시기였다. 2013년 12월 대학가에 번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는 중·고교와 기성세대로 불붙었다. 정부 실정으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연대로 피어올랐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허술한 국가체제 민낯은 그대로 까발려졌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정부 청구대로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 헌정 사상 초유 사건이었다. 경남도민일보는 당시 사설에서 "진보정치가 질식사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도 뿌리째 뽑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촛불혁명으로 탄핵된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2년을 되돌아보면 이미 변화를 갈망하는 저항은 끓어 올랐던 셈이다. 2013~2014년 엄혹한 시기에 경남도민일보는 언론 사명을 다하고자 힘을 쏟았다.

▲ 2013년 6월 11일 오후 경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진주의료원 해산조례안 통과를 시도하는 의원들과 저지하려는 의원들이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홍준표 '독선불통'서 중심을 잃지 않다 = 2년 동안 경남도민은 큰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홍 지사는 2013년 2월 진주의료원 폐업, 2014년 10월 학교 무상급식 지원 중단 선언을 했다. 2가지 큰 사건은 다른 경남 현안을 집어삼켰고, 전국적인 이슈였다.

경남도민일보는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이유로 내건 '적자 누적'과 '귀족 강성노조' 허구를 따졌다. 적자를 이유로 공공의료를 포기할 문제인지, 노동조합을 적대시하는 인식 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운영진단 연구용역' 보고서를 입수해 진주의료원 적자 요인은 '수요예측 실패'라고 진단했다. 신축·이전한 병원이 도심에서 멀고 교통 여건이 나빠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 그런데도 병상 규모와 장비를 제대로 산정하지 못한 점, 그에 따라 신축이전에 쓴 기금이 부채를 크게 늘렸다는 점 등 경남도 정책의 실패를 지적했다.

더불어 6년간 임금동결, 다른 지방의료원 대비 80% 수준 임금, 8개월간 체불, 직원 1인당 평균 연간 인건비 3000만 원이라는 점을 보도하며 귀족노조 주장도 비판했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둘러싼 고소·고발, 폐업무효 소송, 주민투표 대표자 증명서 불교부, 홍 지사의 비판보도 기자 상대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정에서 벌어진 공방도 상세하게 전달했다.

여러 기자들이 현장에서 2년 동안 진주의료원과 관련해 쓴 기사는 1200여 건에 이른다. 진주의료원 건은 현재 서부공공병원 추진 보도로 이어지고 있다.

독선과 불통 도정은 계속됐다. 홍 지사는 반대 목소리를 겨냥한 듯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했다. 2년 동안 경남도청과 경남도의회 앞엔 바람 잘 날 없었다. 그 현장에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있었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재선한 홍 지사는 무상급식 선언을 했다. 이 논쟁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대결구도로 번졌다. 무상급식 중단 혼란은 해를 넘겨 더 증폭했다.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에 분노한 학부모들이 정치와 자치의 장으로 뛰어든 계기가 됐다. 경남도민일보는 시민 정치참여 확대에 따른 긍정적인 변화도 보도했다. 특히 진주의료원 폐업과 무상급식 중단 사태 한 축인 경남도의회도 비판했다. 같은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들이 장악했다지만 도의회가 집행부 견제보다 거수기로 전락한 행태를 꼬집었다.

◇국가폭력 고발과 에너지민주주의 여론 확대 =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2003년 10월 2일 멈췄던 밀양 765㎸ 송전선로 공사를 재개했다. 경찰 3000여 명을 투입해 밀어붙임에 따라 주민들 저항은 격렬했다. 2012년 죽음에 이어 2013년에 한 주민이 음독해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경남도민일보는 현장에서 벌어진 충돌 상황뿐만 아니라 다각적인 시각으로 송전탑 사태를 보도했다.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국가폭력을 고발했다. 특히 도시를 위한 지역민의 희생, 초고압송전선로 건설 근원을 파고들어 대량생산-소비 체제를 위한 중앙집중적 전력정책, 그에 따른 발전소 밀집과 장거리 전송 문제점을 분석했다.

대표적인 기획은 <송전탑 프로젝트>. 2013년 10월 11일 자 4개 면에 걸쳐 △갈등의 시작과 현재 △전력위기 주장 비판과 해법 △여론몰이와 왜곡보도 문제점 △철탑 왕국 충남 당진 실태 등을 보도했다.

나아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분권형 에너지정책과 지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에너지민주주의' 의제화에 함께했다. 또한,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후보들에게 안전한 사회를 위한 탈핵 정책을 묻고 공감대를 확산하는 보도도 했다. 이어 2014년 12월 <공통자원으로 본 밀양의 전쟁> 연재를 통해 △산업화와 전력망 △땅·삶과 할매 △국책사업과 폭력 △마을공동체 분열 △분할과 연대 △밀양 이후와 대안 등 10년 동안 이어진 밀양 송전탑 사태를 분석했다.

경남도민일보는 밀양 송전탑 사태를 2005년부터 보도해왔는데, 2013~2014년 2년 동안에만 송전탑과 핵발전소 관련 기사를 1000여 건이나 쏟아냈다. 이 같은 연속·집중보도에 대한 평가도 받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이 2013년 10월 16일 서울 환경재단에서 '밀양 송전탑을 보도하는 언론의 양심과 역할'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송전탑 프로젝트>가 전시됐다.

방정배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토론회 사회를 보며 "경남도민일보가 자부심을 가지고 밀양 송전탑 사태에 언론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것은 사초가 될 것"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2014년 6월 11일 밀양 송전탑 129번 농성장 강제철거 현장. 경찰들이 천막을 뜯고 알몸인 주민들을 끌어내고 있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세월호, 안전한 사회 위한 발걸음 내딛다 = 2014년 4월 16일 아침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이 침몰했다. 304명이 희생됐다.

경남도민일보는 1면에 리본을 단 노란 쪽지에 독자들 글을 한 달 동안 이어갔다. 한 청년은 "이제 눈물을 멈추겠습니다.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 제가 서 있는 곳에서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살아가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재난대응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부조리를 상징한 '가만히 있으라'를 깨는 보도를 이어갔다. 사회 곳곳의 안전불감증 비판과 위기대응체계를 진단하고, 그해 6·4지방선거 과정에서 '유권자가 갑이다'를 기치로 내걸고 후보자들 정책·공약 분석과 함께 안전한 사회를 의제화했다.

투표일인 6월 4일 자 1면에 유권자들이 한눈에 쉽게 볼 수 있게 도지사, 시장·군수, 교육감 후보들의 △노후 핵발전소 고리1호기 가동중단 △학교 무상급식 확대에 대한 찬반 답변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그래픽도 실었다.

5월 12일 자 창간 15주년 기념호부터 <세월호는 일상이었다> 기획을 통해 △밀양, 무시당한 9년간의 SOS △설계부터 반칙, 케이블카 위험한 줄타기 △위험 도사린 학교 △안전 무방비 조선소 비정규직 △대형참사 품은 핵발전소, 시한부 핵폭탄 △실효성 없는 원전사고 대책 △방사능 안전기준치란 없다, 먹을거리 안전 등을 연속보도했다.

참사 5주기를 맞은 현재 '대한민국은 안전한가?'라는 질문과 함께 진실규명을 위해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독자와 더 친숙한 신문 = "딸 예린이가 한자능력 7급 합격했어요." 2013년 1월 2일 자 신년호 1면에 실린 박철준·김희연 부부가 가족사진과 보내온 소식이다. 3일 자 소식은 금속노조 경남지부 문상환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이 보내온 "투쟁 이어가는 한진중 노동자들에게 힘을". 당시 한진중공업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158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했는데 최강서 씨가 죽음으로 항거한 사건이 있었다.

경남도민일보는 '독자와 함께하기'를 확대하고자 매일 지면에 독자들이 보내온 사진과 글을 싣는 '함께 축하해주세요' '함께 기뻐해주세요' '함께 응원해주세요' '함께 격려해주세요' '함께 칭찬해주세요' 지면을 만들었다. 결혼·생일·출생·합격·수상 축하, 시험·취업 응원 등 다양한 사연을 매일 아침 소개했다.

나아가 5월 12일 자 창간 14주년 기념호에 △의제와 이슈 집중 △내러티브와 스토리텔링 강화 △독자밀착·독자참여 확대 △공익 콘텐츠 생산 공공자원화를 실현해 '지역공동체 소통망이 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슈 집중은 진주의료원 폐업과 무상급식 중단, 밀양 송전탑 사태에 빛을 발했다. <경남의 재발견> 후속으로 <맛있는 경남>, <한국속의 경남> 시리즈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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