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10주기를 맞는다. 생전에 그는 지역주의를 타파한 대통령으로 후세에 기억되기를 바랐다. 한국 정치에 고질병처럼 뿌리박힌 지역주의 장벽을 부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 발전과 사회통합을 결코 이룰 수 없다는 신념에 근거한 것이었다.

지역주의에 정면으로 맞선 그의 정치적 도전은 험난한 역경 자체였다. 정치인 대부분이 지역갈등을 부추겨가며 권력을 누리던 시절에 그는 모든 기득권을 던져가며 지역주의란 철옹성에 균열을 내었다. 바보 노무현이 던진 화두는 그가 떠나고 난 이후에도 지역주의 정치구조를 흔드는 뇌관으로 작동해왔다. 지역대립을 악용해온 정당정치와 권력구조는 힘을 잃고 있고, 영구히 소멸하지 않을 것 같던 지역패권주의는 옅어지고 있다.

탄핵정국을 뚫고 그의 정치적 동지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지난 16대 총선에서 지역구도의 벽이 대거 무너진 것도 바보 노무현의 정치적 유산이 없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지역주의의 이기심에 매달려서는 국민통합과 나라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그의 신조를 따라 깨어난 유권자들은 민주적 시민으로 성숙하고 있고 권력의 주체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지역주의의 망상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는 앙시앵 레짐의 정치인들이 지역갈등을 조장하려 해도 유령을 불러내는 것에 불과하니 바보의 꿈이 실현되는 중이다. 지역패권주의 극복과 자치민주주의의 확장을 위하여 그는 영호남 대립뿐만 아니라 중앙과 지방이라는 지역불균형과 권위주의에도 쐐기를 박았다. 대통령이 된 이후 추진한 분권과 지방자치의 실질적 확대, 균형발전 정책은 속도는 느린 듯해도 참여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수도권 중심주의가 팽배하고 있음에도 다극화한 지역으로의 분권과 분산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주의 타파를 외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족적은 우리 정치사에 굵고 깊이 새겨졌고, 10주기를 맞은 오늘날에도 과거형이 아니라 미래의 가치이자 소명으로 남겨져 있다. 그의 소망처럼 지역주의 타파를 이끈 대통령 노무현은 계속 살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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