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묘역서 10주기 추도식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참석
"국민 기본권 존중한 대통령"

그가 떠난 후 열 번째 맞는 봄이다. 그를 그리는 이들은 이제 그를 잃었다는 애도의 마음과 검은 옷을 벗고, '새로운 노무현'이 되자고 다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공식 추도식이 23일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엄수됐다.

이날 봉하마을은 평일임에도 아침부터 전국에서 몰려든 1만여 명의 추모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차공간이 모자라 인근 농로까지 차량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김신영(51·충북 충주 노사모 회원) 씨는 "사람 사는 세상,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노 대통령 정신은 이제 일상생활화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이러한 정신에 따라 평범한 서민이 웃을 수 있고,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길 순례단과 함께 온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10주기를 맞아 두 분을 기리는 마음으로 순례단을 기획해 전국 20명 청년위원과 함께 왔다. 두 분의 역사와 정신을 잊지 않고, 그들이 꿈꾼 세상을 위해 청년들도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공식 추도식이 23일 오후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서 열렸다. 이날 추도식 참석자들이 나비를 날려보내고 있다. /한국사진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추도식엔 권양숙 여사와 노 전 대통령 장남 건호 씨 등 유족과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정당 대표를 비롯해 정영애·윤태영·천호선·전해철 이사 등 노무현재단 임원, 정부 측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유정아 전 노무현시민학교 교장 사회로 진행된 추도식에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참석했다. 그가 소개될 때는 물론 추도사가 한 단락, 한 단락씩 이어지고 통역이 끝날 때마다 시민들은 환호와 손뼉으로 화답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여기 오기 전 청와대에서 전 비서실장님의 환대를 받았다. 그 비서실장님이 바로 여러분의 현 대통령"이라며 재치 있는 말로 추도사를 시작했다.

그는 이어 "이 자리에서 제가 최근에 그렸던 노 대통령의 초상화를 전달해드렸다. 노 대통령을 그릴 때 인권에 헌신하고, 친절하고 따뜻하신 분,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신 대통령을 생각했다"며 "한국의 인권에 대한 그분의 비전이 국경을 넘어 북에까지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민주주의가 확산하고 모두를 위한 기본권과 자유가 보장되는 통일 한국의 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인사말을 한 건호 씨는 "'깨어있는 시민' 그리고 그들의 '조직된 힘'에 대한 믿음은 아버지께서 정치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신조였다"며 "깨어있는 시민들은 이제 한반도를 평화로 이끌고, 다양한 아시아 사회를 포용하며 깨워 나갈 것이다. 아버님은 우리 국민이 이루어 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셨다. 모든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이야, 기분 좋다' 그렇게 오셨던 대통령님은 '원망마라, 운명이다' 이 말씀 남기고 떠나셨다"며 "새로운 대한민국 100년이라는 중요한 시기지만, 정치가 길을 잃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님께 도와달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부디 편히 쉬시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와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역임했던 이낙연 총리는 "대통령님은 저희에게 희망과 고통, 소중한 각성을 남기셨다"며 "사람들의 각성은 촛불혁명의 동력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