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버리고 농촌공동체 밑거름 자처
퇴임한 후 기득권 내려놓기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앞장'
봉하들판에 친환경 농법 도입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온 유일한 대통령이다. 국립묘지가 아닌 고향마을에 묻힌 전직 대통령이기도 하다.

그는 2008년 2월 25일 서울서 KTX를 타고 고향인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돌아왔다. 그의 귀향 일성은 '야∼ 기분 좋다'였다.

올해는 그가 귀향한 지 11년째이자 서거 10주기(2009년 5월 23일)이다. 귀향 이후 서거 전까지 1년간은 매일 사저 담벼략을 경계로 방문객들과 격의 없이 인사를 나누는 일이 일상이었다. 방문객들은 "대통령님 나와 주세요"라고 외쳤고, 노 전 대통령은 화답하듯 어김없이 사저 밖으로 나와 방문객들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40가구에 70여 명 주민이 사는 작은 농촌 마을은 그의 귀향 이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

▲ 2008년 3월 1일 퇴임 후 첫 휴일을 맞은 노무현 대통령이 김해 봉하마을 사저 앞 도로를 가득 메운 관광객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경남도민일보 DB

◇국정 운영에서 마을공동체 만들기로 = 귀향 이후 그는 특권 없는 서민으로서 권위주의 청산에 솔선수범했다. 기득권 청산을 위해 '스스로 낮춤'의 본보기가 됐다. 대통령 재임 때 반칙과 특권 없는 나라를 꿈꾸며 서민이 대우받는 서민 대통령이 되고자 결심한 것을 고향에서 실천했다.

개인적으로는 '살기 좋은 농촌만들기'에 주력했다. 귀향 이후 1년 만에 봉하들판에 친환경농법을 도입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당시 일부 논 주인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일명 '오리농법'으로 봉하 친환경 쌀을 재배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그의 노력으로 친환경 봉하쌀과 봉하막걸리는 전국에서 인기품목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후 오리농법은 해마다 닥치는 조류인플루엔자 등 때문에 2017년부터 우렁이농업으로 바뀌었다.

▲ 노 대통령이 2008년 10월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쌀을 직접 콤바인으로 수확하는 모습./경남도민일보 DB

그는 생전에 김해특산품인 장군차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귀향 이후 마을 곳곳에 장군차를 심었다. 이런 장군차 열정을 기리고자 김해지역 차인들은 매년 5월 1일이면 그가 잠든 봉하마을 묘역에서 새 차를 대접하는 장군차 '헌다례'를 개최해오고 있다.

그는 귀향 이후 평범한 마을 주민으로서 손녀에게 유난히 각별했다. 밀짚모자를 쓰고 손녀를 자전거에 태운 채 봉하마을 주변 농로를 도는 일을 빼놓지 않았다.

봉하마을 주민들과 함께한 도랑 청소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였다. 마을 인근 봉화산 생태숲 복원 사업으로 만들어진 숲길은 '대통령의 길'로 이름 붙여졌다. 봉하들판과 화포천 습지 가꾸기에도 열심이었다. 바쁜 영농철에는 여느 시골 촌부와 다름 없이 마을 귀퉁이에서 동네 주민들과 막걸리를 마시는 일도 자연스러운 일과였다.

◇관광 명소와 정치적 성지로 = 고향에서 '사람 사는 세상'을 직접 실현하려 했던 그의 발자취는 봉하마을 곳곳에 남아있다. 그의 발자취를 보기 위해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들이 봉하마을을 찾는다.

봉하마을은 그가 생전 정계에 몸담았던 민주당의 정치적 성지가 된 지 오래다. 매번 선거 때마다 정치 신인들과 정치 거물들은 어김없이 봉하마을을 방문해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 23일 열린 노 대통령 서거 10주기 공식 추도식에 참석한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손녀이자 아들 건호 씨의 딸과 팔짱을 끼고 묘역을 찾았다. /한국사진기자협회공동사진취재단

그의 귀향 이전에 여느 시골과 다름 없이 조용하고 한적했던 봉하마을은 지금, 매일 대형 관광버스들이 오가는 김해의 대표적 관광자원이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듯 그가 생전 꿈꿨던 사람 사는 세상은 봉하마을을 중심으로 점차 정착되고 있다.

서거 10주기인 23일 봉하마을은 노 전 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을 기억하려는 추모객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더불어 사는 세상과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사람들이 손해 보지 않는 세상을 그렸다. 그의 서거 10주기는 현 정부에 나라를 나라답게, 사람 사는 세상과 새로운 희망의 길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무거운 숙제를 남겼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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