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갈등 커져 진상규명 어쩌나 우려
언론이 어떤 역할 해야 하는가 묻는다

5·18 망언으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논쟁이 재점화된 와중에 '80년 광주는 39년이 지난 현재 우리에게 무엇으로 남아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우선 지적해야 할 사항으로 5·18 광주는 젊은 대학생들에게 현재가 아닌 역사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진실규명을 더는 미루기 힘들겠구나,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 2018년 9월 시행된 5·18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되어 주요한 진실, 즉 집단발포 책임자, 헬기사격 여부, 5·11위원회 진실 왜곡 활동, 북한군 개입 여부를 규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한국처럼 이념적 갈등이 극단화되는 조건에서 진상규명이 미뤄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동시에 하게 됩니다. 2016년 대통령 탄핵 이후 과거청산을 해왔지만, 개혁 피로감도 높아져서 진상규명이 잘될까 걱정되고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 갈등이 첨예해져서 싸우다 시간만 보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적 요인뿐만 아니라 5·18에 대한 가해자 시각-간첩에 의한 반란-이 여전히 태극기 세력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1980년 5월 22일 당시 이희성 계엄사령관의 담화를 보면 "상당수 타 지역 불순 인물 및 고정간첩들이 사태를 극한적으로 유도하기 위하여…"라고 하면서 북한을 연결시켜 광주를 고립시키고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었습니다. 일부 극우세력이 제기하는 북한군 개입설은 40여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여전합니다.

1980년 광주의 교훈으로서 민주주의의 정착과 보루 역할을 하는 '용기있는 시민과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게 됩니다. 죽음을 불사하고 쿠데타의 부당성에 맞서 결사 항전했던 시민군의 의지는 지난 39년 동안 많은 시민을 각성하게 했고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깨어있는 시민의 집단적 결사를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80년 이후 87년 6월 항쟁까지 광주민주화운동을 전했던 언론 보도를 보면 광주 언급을 회피하면서 금기시하거나 신군부의 검열을 받아들임으로써 광주의 진실을 왜곡하는 데 앞장섰다는 사실은 알려진 바와 같습니다. 물론 707명의 해직 언론인들이 불의와 야만의 시대에 항거하여 해직되는 고초를 겪은 것도 알려진 일입니다. 그렇다면 2019년에 다시 한번 광주의 진실을 밝히는데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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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당위와 현실적 우려가 교차하는 와중에도 5·18 광주의 의미는 민주화 운동이며 쿠데타에 대한 시민의 저항이었다는 점은 이미 변할 수 없는 상식이 되었습니다. 80년대 쿠데타와 독재로 시민을 탄압했던 전두환 신군부와 사상적으로 공감하는 태극기 세력과 극우세력은 소수 의견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합니다.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이 존재하는 한 밀턴이 지적하였듯이 진리와 거짓이 대결하는 사상의 자유공개시장에서 진실은 밝혀지고 합리적 다수가 진실을 채택하리라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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