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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의 옛말 안다면 '새 이' 부탁하세요

[문화 속 생태] 개우지 앞니를 까치에게 던져 준 까닭은?

2010년 09월 15일(수)
정대수 교사 webmaster@idomin.com

유치원 다니는 딸아이 아랫니가 흔들려 치과에 데리고 가서 뽑았다. 뽑은 이를 치과에 두고 그냥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맘이 편하질 않았다. 지붕 위에 빠진 이를 던지면서 까치에게 새 이를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데 이를 두고 그냥 돌아와 서운한 맘이 영 가시질 않았다. 치과에 두고 온 이도 그렇지만 집에는 더 이상 초가지붕도 없고 까치집이 있는 큰 나무도 없다.

◇갓치가 갓치를 물어다 준다 = 어린 아이들 이를 빼면 지붕 위에 던지면서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 이가 빠지면 왜 지붕 위에 던지면서 까치에게 새 이를 달라고 했을까?

   
 

먼저 까치 이름으로 풀어보자. 까치는 옛말로 갓치라고 불렀다. 갓치(까치)가 갓치(새 이)를 물어다 주는 것이다. 새로 난(갓) 치(齒)도 갓치라서 옛날부터 까치가 새 이를 가져다 준다고 믿었다.

◇하늘의 사자, 예언자 까치 = 제비는 박 씨를 물어다 주고 까치는 새 이를 물어다 준다는 우리의 믿음은 우리 민족이 얼마나 제비와 까치를 좋아했는지 잘 알 수 있다. 까치는 우리 민족에게 하늘의 뜻을 전해 주는 새이다. 신라 시조 석탈해도 까치가 알려주어서 까치 '작'(鵲)에서 새(鳥)를 떼어내고 석(昔)씨가 되었다. 미래를 알려주는 예언자 까치 이야기는 제법 많다. 까치가 집 남쪽 나무에 둥지를 틀면 과거에 급제하고 까치가 나무 꼭대기에 집을 지으면 그 해엔 큰 태풍이 없고 까치가 나무 아래쪽 굵은 가지에 집을 지으면 그 해 큰 태풍이 온다고 믿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태적 슬기 = 우리 민족은 제비가 집 처마에 둥지를 틀면 복이 오고,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다. 집에 뱀이나 족제비, 돈벌레, 거미가 오면 재수가 좋고 집에 좋은 일이 생기며 돈을 많이 번다고 했다. 말 못하는 미물이라도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생태적 지혜인 것이다. 돈벌레와 거미가 내려오면 손님이 온다는 것은 집이 지저분하니 청소를 하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온다고 했지만 유해 조수 딱지가 붙었다.  

◇진짜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올까? = 똑똑한 까치는 동네 사람 얼굴을 다 안다. 낯선 손님이 오면 까치가 막 울어대는 것은 개가 낯선 사람을 보면 짖는 것과 같다.

옛날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까치가 울면 동네에 낯선 사람이 온 것이고 낯선 사람이 오면 우리 집에 반가운 손님이 올 가능성은 높다는 이야기다.

◇개우지, 개호주, 중강새 = "앞니 빠진 개우지 다리 밑에 가지 마라." "앞니 빠진 중강새 연못 가에 가지 마라. 붕어 새끼 놀란다." 노래를 부르며 이 빠진 아이들을 놀리곤 한다. 경상도에선 앞니 빠진 아이를 개우지라고 부른다. 개우지가 뭘까?

뜻도 모르고 개우지라 부르는 것이 지금은 개우지를 보려야 볼 수 없기 때문일게다. 개우지는 아기 호랑이를 말한다. 지역에 따라 개우지, 개호지, 개호주, 절강쇄, 중강새, 달강새, 도장구라고 불렀다. 아이가 이 빠진 모습이 아기 호랑이처럼 예쁘다는 말이고 재미있다는 말이다.

   
 
  서울대학교 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조영석의 까치.  

◇기쁜 소식 까치와 유해 조수 까치 =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우리의 믿음은 은혜 갚은 까치 이야기와 견우와 직녀의 오작교에서 '까치 까치 설날'까지 늘 우리 맘 깊은 곳에서 함께 해 왔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사람들이 큰 나무를 베어버려 전봇대에 둥지를 튼 까치는 정전 사고의 주범이 되어 잡아 죽여야 하는 나쁜 새가 되어 버렸다. 농약과 비료로 먹을 게 부족해 과수원 열매를 따먹을 수밖에 없는 데 과일 농사를 짓는 농부에겐 과수원 과일을 못 쓰게 쪼아 버리는 유해 조수라는 딱지가 붙어 버렸다.

◇까치밥의 미덕 = 우리는 늘 가을에 나무에 열매를 몇 개쯤 남겨놓으며 까치가 먹도록 배려하는 민족이다. 동물을 위하는 아름다운 마음이지만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높은 곳에 있는 따기 어려운 감을 따려고 하다가 다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시골에선 해마다 가을이면 감나무에서 낙상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까치밥은 까치를 위한 밥이기도 했지만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사람이 다친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지혜와 슬기가 담긴 우리의 소중한 유산이다. 은혜 갚은 까치 이야기도 까치 새끼를 먹으려는 뱀을 죽인 선비에게 뱀에게도 가족이 있고 까치에게도 가족이 있으니 자연의 생태계에 인간이 함부로 간섭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두라는 이야기이다.

1년 내내 도심이나 농촌이나 가장 보기 쉬운 새가 까치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조사하기 가장 좋은 새가 바로 까치 아닐까? 온 나라가 공사판이라도 아이들만이라도 까치와 함께 한다면 언젠가는 우리도 까치밥의 미덕을 알고 더불어 살게 될 것이다.

/정대수 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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