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립마산박물관·거제문화예술회관 문인들 작품 전시

창원시립마산박물관과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나란히 '시'가 전시된다.

"○○의 입을 벌려 이빨을 관찰할 일이 있다. 지옥문 같기도 하고 방금 쇠줄톱날로 찰장을 몇 개 잘라내 탈옥한 죄수의 독방 같기도 하다."

성윤석(48) 시인이 최근 마산어시장을 기록한 시집 <멍게>(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 앞서 언급한 시를 읽고 연상되는 생선이 있는가? '○○'은 바로 아귀다.

시집 <멍게>는 <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 동네>(문학과지성사, 1996)와 <공중묘지>(민음사, 2007)에 이은 서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창원시립마산박물관은 5월 31일까지 마산 어시장과 관련된 시를 전시한다. /마산박물관

지난 1999년 벤처기업 운영을 위해 서울로 떠난 그가 지난해 돌연히 어시장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새벽 4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생선을 실어날랐다.

몸은 고됐지만 사업 실패에서 온 고통과 절망은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우울증도 호전됐다. 시인은 "마산어시장,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고 싶었다. 옛날처럼 폼이나 잡고 설렁설렁 문학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마산어시장은 그에게 삶의 생기와 다시 펜을 잡아야겠다는 열정을 심어준 셈이다.

<멍게>에는 70여 편의 시가 수록됐다. 이 중 50여 편이 창원시립마산박물관에서 5월 31일까지 전시된다.

송성안 학예사가 시인의 행적을 듣고 시 일부를 전시하자고 제안했다. '마산어시장-신, 우해이어보를 걸다'전이다.

전시실에는 어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산물을 소재로 한 '멍게', '장어', '아귀'부터 어시장과 관련된 '바다포차', '해무', '닻을 내린 배' 등의 시가 걸려 있다. 1940~1960년대 마산어시장의 모습, 마산성신대제 관련 자료 등도 전시됐다.

성윤석 시인은 "우해이어보는 담정 김려가 1803년 유배지인 진해현(현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에서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라면서 "이번 전시가 마산 어시장을 보여주는 데 조그마한 도움이 되길 바란다. 마산어시장이 문학 콘텐츠로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의 055-225-7173.

거제문화예술회관은 4월 7일까지 '시와 사진으로 만나는 장승포, 아픔의 기억'을 전시한다. /거제문화예술회관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는 오는 4월 7일까지 '시와 사진으로 만나는 장승포, 아픔의 기억'이 전시된다. 일제강점기 장승포 지역 사람들의 삶을 담은 사진과 이를 주제로 한 거제 지역 시인의 시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참혹한 제국 강점기/망언 하지마라/서슬퍼런 4면의 바다로 꼴깍/최후의 심판이다"(장호순 작 '망언하지 마라').

"고국은 이미 왜구의 손아귀에 들어/어머니 아버지 자식들과 마을사람들/왜놈 칼끝으로 흐르는 정맥을 마시며/떨고 있는 무고한 그림자/위안부라 끌러간 아낙들 치부가 파열된 채/죽어간 영혼들"(김무영 작 '사죄하라').

눈앞에 펼쳐진 일본인회나 내선일체를 위해 세워진 신사, 일제에 의해 전쟁터에 끌려가는 조선 청년들의 사진과 지역 문인이 써내려간 시가 오버랩돼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킨다.

문의 055-680-1009.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