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1941년 일본 육군 사용한 시설로 역사적 의미 커…창원시 "보존 계획 없어"

창원시가 옛 육군대학 터 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개발을 추진하는 가운데 '보존'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로 '진해만 요새사령부' 건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옛 육군대학 터 내에는 한눈에 봐도 오래된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육군대학이 이전한 지금은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 물받이는 일부 떨어져 나간 상태고, 처마도 함께 내려앉고 있다. 유리창도 군데군데 깨져 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좌동에 사는 한 주민은 "지난해 12월 봤을 땐 이렇지 않았다. 어느 순간 방치돼 이렇게 처참한 풍경으로 남아있다"며 "어떻게 관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은 이 건축물이 일본 육군이 사용한 진해만 요새사령부 건물이라고 주장했다. 1913년 12월 9일부터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1941년 8월 11일까지 일본 육군이 약 28년간 사용한 곳이라는 설명이다. 전 총장은 "일본 해군 건물이 많은 진해지역에서 보기드문 일본 육군 시설"이라며 "진해만 요새사령부가 지닌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옛 육군대학 터 내 일본 육군이 사용한 진해만 요새사령부 건물. /최환석 기자

전 총장은 사령부 건물이 우리나라 근대 건축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일 뿐 아니라, 일본 육군의 침략 과정을 보여 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전 총장은 "일본 해군의 진해 방비대 사령부 건물은 등록문화재 제195호, 별관은 제196호로 지정되어 현재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 유독 요새사령부 건물만 지정되지 않고 방치돼 있다"고 전했다.

창원시는 현재 진해만 요새사령부 건물이 있는 옛 육군대학 터를 두고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시는 부지 내 32만 ㎡ 규모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 교육·연구시설, 체육시설, 업무시설을 조성하는 방침을 담아 지난 10일 창원시의회 정례회에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전 총장은 "옛 육군대학 터를 두고 개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중에 보존을 이야기하면 늦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창원시 부대협력과 관계자는 "현재는 별도 보존 계획이 없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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