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깊은 지리산 고리봉(1304m)에서 시작한 람천을 왜구의 피로 물들인 것이 1380년(고려 우왕 6) 이성계의 황산대첩이다. 그 황산대첩비 앞에 마을이 있다고 해서 비전(碑前)마을이다. 운봉 비전마을은 판소리 동편제의 산실이기도 하다. 동편제라는 이름은 섬진강 동쪽인 운봉·구례·순창을 중심으로 유행했기 때문에 유래한 것이다. 비전마을은 가왕으로 불리는 동편제의 창시자 송흥록(宋興祿)과 인간문화재 박초월(朴初月)이 태어난 곳이다. 송흥록은 특히 판소리 장단 중 가장 느린 진양조를 완성하고 거칠고 단단한 고음의 철성(鐵聲, 쇳소리
사랑하는 하라부지 저 수진이예요.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할머니, 할아버지께 곧잘 편지를 썼는데, 정말 오랜만에 글로 안부를 전해봅니다. 요즘 통 뵈러 가지도 못하고 안부 전화도 자주 못 드리지만, 두 분에 대한 제 마음은 언제나 무척 각별한 거 알고 계시죠?부모님의 맞벌이 때문에 세 살 때까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저를 돌봐주셨잖아요. 인생 대부분 시간을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언제까지나 완도를 '영혼의 고향'이라고 믿는 건 바로 그 때문일 거예요.어릴 적 앨범들을 들춰보면 완도에서의 나날들이 정말로 어제 일처럼 느껴져요.
조선 초기에 편찬된 지리지인 은 각 고을의 특징을 개괄하는 중요한 사료이다. 이후 편찬된 여러 읍지들의 바탕이 되면서 조선시대 지방의 문화사는 이를 중심으로 축적되었다. 에는 주제에 따른 지역의 정보가 체계적으로 기술되어 있고 특히 산천 및 누정과 같은 명승(名勝)에 대한 정보가 자세하다. 그중 함안의 기사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공간이 전하니 바로 청범루(淸範樓)이다.청범루는 우승범(禹承範)이 건립한 누각이다. 우승범의 본관은 단양(丹陽), 호는 양졸옹(養拙翁)으로 우현보(禹玄
이른 아침 밭 둘러보고 들어와 서둘러 머리를 감았다. 말끔하게 면도하고 얼굴에 화장품도 찍어 발랐다. 말쑥하게 옷도 차려입었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읍내로 출근을 시작한 지 어느새 두 달이 지났다."어때? 이 옷." 장롱 앞에서 아내 눈치를 살핀다."내복 입었어? 오늘은 흐릴 거래. 안 춥겠어?" "그럼 내복 껴입을까?"가슴이 두근거렸다. 하루 3시간 일하는 일자리였지만 집 밖으로 나간다는 자체가 새로웠다. 열다섯 해 동안 이 산골을 벗어나지 못했다. 항상 그 사람들이었고, 그 골목길이었고, 그 밭이었다. 밭에 나가 농작물 손
영화 (2020)봄이 왔다. 벚꽃은 만개했다 짧았던 화려함을 뒤로 하고 사라졌다. 영하 날씨에 폭설로 말미암은 피해를 안타까이 보도하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다. 그렇다면, 이제 곧 여름이 올 것이다. 그리고 다시 가을이 되어 겨울을 만나겠다. 이러한 계절의 변화는 얼마나 되었을까? 아마도 지구의 역사와 같을 만큼일 것이다. 지면을 통해 소개하기 쉽지 않은 곡들이 있다. 너무 생소해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 반대도 있다. 영화를 통해 소개할라치면 너무도 많이 등장하여 '다음에' 하며 넘어가는 경우다.
2023.4.7.오늘은 피나클스 사막 투어 하는 날이에요. 내가 원하는 당일 투어가 없어 일몰, 별보기 투어라도 해봐야겠다 싶어 선택했어요. 알고 보니 부활절 휴가 기간이라 투어 잡기가 더 어려웠더라고요.대부분 슈퍼나 식당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엊저녁 친구들과 먹을 것들 살 때 샌드위치도 하나 사 놨었어요. 12시 투어 집결이라서 시간이 어중간해 어제 봐놨던 킹스 공원에 가려고 나섰어요. 거리는 너무나 한산하고 차도 거의 안 보이더라고요.그래도 문을 연 카페가 마침 있어, 커피 한 잔 마시며 텅 빈 거리를 즐겼답니다.◇한 편의 영화
지리산은 경남의 하동, 함양, 산청, 전남의 구례, 전북의 남원 등 3개 도 5개 시군에 걸쳐 둘레가 800여 리 320km에 이른다. 크고 넓기도 하지만 지리산은 소백산맥 끝자락에 있어 사방으로 연결이 된다. 백두산의 맥이 크게 끝난 곳이라 해서 두류산(頭流山)으로 불리기도 한다. 백두산 장군봉에서 시작한 백두대간은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소백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이어진다. 백두대간의 주 능선을 따라 걸으면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작은 개울 하나 건너지 않고도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지리산에는 아흔아홉 골이 있다
지난 5~6일, 이틀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되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많은 유권자 사이에서 눈에 띄는 유권자가 있다. 그는 조그만 메모장 크기의 종이를 들고 투표소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이들은 사전투표소를 알리는 표시가 되어 있는 벽보를 찾고는 한 종이를 꺼내어 사진을 찍는다. 결과물을 확인하고 난 이후엔 메모장에 찍은 도장이 번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가방에 챙긴다. 투표를 할 수 있는 선거철이 다가오면 손등에 도장을 찍어서 투표했음을 알리는 SNS 게시글이 많다. 그러나 개별로 챙겨온 종이를 통해 투표 완료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산에 해인사(海印寺)가 있다. 단연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사찰이다. 고려시대 국난 극복의 상징으로 평가되는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이 보관되어 있고 국가지정문화재로 국보 6점과 보물 21점이 지정되어 그 위상을 짐작하게 한다. 현대 불교사에서는 고승(高僧) 성철(性徹)이 입적한 곳으로 유명하다. 사실상 우리나라 제일의 명승대찰(名勝大刹)이라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조선시대 해안사 가까이에 이에 버금가는 사찰이 있었다. 가야산에 자리한 내원사(內院寺)가 그러하다. 조선 전기 옥명(玉明)이란 승려가 창건한 곳으로
2023.4.2.블루마운틴을 한 번 더 가보려고 생각했는데, 숙소 언니가 맨리와 모스만이라는 곳을 추천하네요. 가까이 매도우뱅크라는 선착장이 있어서 거기서 페리를 탔어요. 운영하는 방식이 다르네요. 건너편은 여기저기 들렀다 가는 대중교통수단이고, 이쪽은 맨리만 가는 편도네요.배가 출발하자 오페라하우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참 좋네요. 시드니 시내를 멀리하고 30분 정도 걸려 맨리에 도착했어요. 월요일이라 박물관 쉬는 날이라 시내로 갔어요. 서핑하는 사람들을 보며 조금 즐기다 다시 모스만으로 출발. 지도를 보고 찾아갔는 데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넘어왔지만 우리 경제는 좀체 활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거리 곳곳의 건물들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불이 꺼졌고 서민들의 삶도 주름을 펴지 못한다. 이런 현실에서도 고용을 창출하고 날로 발전하며 활력을 길어 올리는 지역의 등불 같은 기업이 있어 여전히 더 나은 내일을 꿈꾸게 하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선박용 공기 압축기를 주 생산 품목으로 수소 전지, 자동차 등으로 사세를 확장 중인 범한그룹은 현재 대기업을 제외하고 우리 지역에서 수출과 고용, 자산규모 등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19
남계서원을 지난 남강의 상류 남계천은 4.5㎞ 정도를 더 내려가, 함양 상림을 거쳐 온 위천(渭川)과 만나 완만하게 곡선을 이루며 산청 방향으로 흘러간다. 함양 백운산에서 발원한 14㎞ 길이의 위천은 함양의 중심지를 흐르면서 넓은 충적지를 만들었다.위천의 옛 이름은 뇌계(雷溪)였다. 강물이 우레처럼 소리치며 사납게 넘쳐 흘렀다는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신라 진성여왕 말기, 함양에 부임한 최치원은 위천의 범람을 막고자 둑을 쌓고 숲을 조성했다고 전한다. 지금으로부터 1130년쯤 전의 일이다. 흙만으로 조성한 둑보다 나무를 위에 심어
태초에 하나였건만 물길이 나누어 발걸음 멎게 하니 섬이다. 난바다에 홀로 나앉은 외톨이가 아니라 올망졸망 새끼 섬들을 끼고 바람막이로 자리 잡았다. 견내량은 손나팔로 뻐꾸기 소리를 내면 물동이 이고 가는 건넛마을 큰아기가 뒤돌아본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뭍과 가깝다.맞은편이 다 보이는 좁은 여울목이라 견내량(見乃梁)이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보다도 폭이 더 좁지만, 바다 물길은 강물보다 그 흐름이 빠르고 거칠면서 사납다. 그 점을 이용한 이순신 장군은 견내량에서 제해권을 장악했고 명량에서 12척 신화로 재기했으며 노량에서 죽음으로
합천(陜川)] 함벽루(涵碧樓)의 승경을 감상하는 방법.합천(陜川) 함벽루(涵碧樓)는 조선팔도에서 높이 평가되는 명승 가운데 하나이다. 고려시대 관련 기록이 등장한 이래 꾸준히 시문이 창작되었고, 조선시대 지리지 및 읍지 등에 합천을 대표하는 누정으로 이름을 올렸다. 오늘날까지도 그 위상에 주목하여 경상남도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거니와 합천팔경(陜川八景)의 하나로 지목되어 많은 이들이 다녀가는 공간으로 유명하다.함벽루가 명성을 얻은 이유는 그 아름다운 경관에 기인한다. 시야가 탁 트여 산수를 조망할 만하고 햇살에 반사된 윤슬이
2023. 3. 31.오늘은 블루마운틴에 가는 날입니다. 투어 미팅 시간이 어중간해 숙소 언니에게 물었더니 함께 가자고 하는 곳이 있었어요. 언니 차를 타고 가니 엄청 큰 꽃가게가 나오네요. 가게 안에 연못도 있고 카페까지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답니다.그리고 숙소로 돌아와서 잠깐 쉬다 블루마운틴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스트라스필드라는 호주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산다는 곳에서 미팅을 하기로 했어요.간 김에 동네 구경도 하고 마침 출발하는 장소가 식당 앞인데 들어가 보니 엄청나게 많은 반찬, 음식 등을 해서 팔더라고요. 김
남강 상류는 개평마을을 지나면서 이제 남계천(灆溪川)으로 불린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남계서원(灆溪書院)은 남계천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조선의 성리학자나 관료들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일은 중국인인 공자를 모시는 문묘에 배향되는 일이었다. 조선이 '중화(中華)사상을 중시하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중화사상은 중국 천자 중심으로 세계질서가 움직이고, 조선이나 주변 국가들은 항성인 태양 주변을 맴도는 위성처럼 그 운행체계에 복속된다는 생각이다. 중화사상의 지배 이데올로기는 한나라 이후 유학(儒學), 그 가운데서도 성리학이 핵심이었다. 그
영화 '거미집' (2023) 주연: 송강호 마음에 드는 대사가 있어 먼저 소개한다. "평론은 창작에 실패한 인간들의 복수야." 통쾌한 대사다. 이런저런 평들을 잔소리처럼 늘어놓으며 작품성뿐 아니라 흥행마저 좌지우지하는 평론가라는 작자들에게 영화의 대사로 한 방 먹일 요량이었다면 제대로다. '깊이가 없다'는 한마디로 장래가 유망한 예술가의 목숨마저도 빼앗는 이들이 평론가다. ( 파트리크 쥐스킨트) , 등 예술가가 주인공인 영화 속 등장하는 평론가들은 대체로 빌런이며 나중에야 감동하는 모습을
구겸(具謙)이 경영한 합포영(合浦營)의 장성루(將星樓)지금의 창원시 마산합포구는 합포(合浦)에서 기원한 지명이다. 조선 전기 합포영(合浦營)이 자리했던 역사가 널리 알려졌다. 합포영은 고려 말엽 왜구(倭寇)를 방비하려고 설치한 군사시설이다. 그 유래는 더욱 심원하니 과거 원(元) 나라는 일본을 정벌하고자 정동행성(征東行省)을 설치한 적이 있다. 이때 전방 기지로 합포 일대에 원수부(元帥府)를 두었다고 한다. 고려시대부터 일본과의 관계 속에 군사적 기능을 담당한 곳임을 돌아보게 한다.구겸의 본관은 능성(綾城)으로, 조부는 구양(具揚)
2023년 3월 29일.오늘은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로 손꼽히는 시드니로 출발하는 날.새벽 일찍 부둣가로 나오니 여명이 밝아 옵니다.공항버스 시간 때문에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했어요.비행기 탑승을 시작할 때쯤 조금 큰 가방을 가진 사람들에게 저울로 짐 무게를 재라고 합니다.그러더니 가방 무게를 합쳐서 7㎏을 넘으면 모두 추가 금액을 내야 한다고 안내를 하네요.그동안 기내용 캐리어는 7㎏인 건 알고 있었는데, 가방 모두를 합쳐서 무게를 재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네요. 나는 짐 무게가 많이 나가 65달러나 물어야 했답니다.어이가 없었
남강의 상류에 있는 함양은 지금은 인구소멸 위험지역이지만, 한때는 혁신의 고장이었다. 함양의 혁신을 상징하는 것이 물레방아이다. 금천과 용추계곡의 물이 함양 물레방아를 힘차게 돌렸다. 남강의 최상류 금천은 농월정을 지나 곧바로 금원산과 기백산의 물이 모인 지우천과 합류한다. 지우천의 상류는 "깊은 계곡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진리 삼매경에 빠지는 곳"이라 하여 '심진동(尋眞洞)'으로 불린다. 동(洞)은 도가에서 말하는 이상향인 동천(洞天)의 줄임말이다. 심진동은 화림, 수승대가 있는 거창 원학동(猿鶴洞)과 더불어 안의삼동(安義三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