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박물관·미술관 100관 시대] (2) 박물관·미술관 이용 실태

#1. 인적이 드문 미술관을 찾았다. 휴관일이 아님에도 문이 닫혀 있다. 인기척을 느낀 미술관 관계자가 문을 열고, 전시 관람을 위해 불을 켜준다. 전시 작품을 감상하던 중에 허술하게 설치해둔 작품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2. 한 박물관 관계자는 "하드웨어로 박물관 건물부터 지어두고, 소프트웨어인 유물이 부족하거나 부실한 곳이 많아요. 또, 소위 말하는 작품성이 떨어지는 '이발소 그림'을 걸어두고 미술관이라고 하면 안 되지요. 그러니까 그런 곳은 한 번 가본 사람은 다시 안 가려고 하지요"라고 열악한 실태를 꼬집기도 했다.

이 사례는 물론 일부 박물관·미술관의 일이다. 하지만 박물관·미술관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관리가 부족한 곳도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7월 2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5 전국문화기반시설 총람'을 살펴보면, 경남 지역 등록 박물관, 등록 미술관의 이용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 '2015 전국문화기반시설 총람'은 2015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전국 17개 시·도 국·공립, 사립, 대학의 등록 박물관은 809곳, 등록 미술관은 202곳이다.

◇일부 박물관, 하루 평균 10명 이하 관람객 찾기도 = 경남 지역은 국립 3곳, 공립 35곳, 사립 16곳, 대학 박물관 6곳으로 등록된 박물관이 60곳이다. 경기 143곳, 서울 122곳, 강원 91곳, 경북 64곳, 제주 62곳에 이어 6번째로 숫자가 많다.

경남은 인구 100만 명당 시설 수를 계산했을 때 박물관이 17.91곳으로, 전국 평균 15.76곳보다 많은 편이다. 하지만 경남 지역 박물관 1관당 평균 연 관람인원은 11만 9544명으로, 전국 박물관의 연평균 관람 인원 12만 2731명보다 적다. 1관당 평균 소장 자료는 7298점으로, 전국 평균 1만 4495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4월 재개관한 국립 김해박물관 전경. 김해박물관 연 관람인원은 34만 8646명으로 비교적 많은 인원이 다녀갔다. /경남도민일보 DB

박물관 60곳 중 1년 동안 방문한 관람객을 연간 개관일수로 나눈 '일 평균 관람인원'이 10명 이하인 곳이 5곳(미리벌민속박물관, 장생도라지박물관, 한림민속박물관, 진주교육대학교박물관, 인제대학교 박물관)으로 집계됐다.

20명 이하인 곳으로 했을 때는 7곳(남부산림과학관, 산청박물관, 거제박물관, 거제민속박물관, 일준부채박물관, 경남대학교 박물관, 합천한의학박물관)을 더해 12곳으로 늘어난다. 무려 20%다. 등록 박물관 1일 평균 관람객 100명 이하 시설은 27곳으로, 45%나 기록했다.

그럼 경남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박물관은 어디일까. 연 관람인원 93만 3000명, 일 평균 관람인원 2556명을 기록한 거제 외도 조경식물원이다. 그 다음이 연 관람인원 67만 8398명, 일 평균 관람인원 1859명인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 박물관이다. 국립진주박물관(연 관람인원 44만 350명, 일 평균 관람인원 1398명), 경남산림박물관(연 관람인원 42만 6832명, 일 평균 관람인원 1381명), 고성공룡박물관(연 관람인원 35만 1810명, 일 평균 관람인원 1120명), 국립김해박물관(연 관람인원 34만 8646명, 일 평균 관람인원 1118명), 하동차문화전시관(연 관람인원 31만 5000명, 일 평균 관람인원 1125명) 등이 많은 인원이 다녀간 곳으로 집계됐다.

◇미술관, 연평균 관람 인원 전국 평균보다 낮아 = 미술관은 어떨까. 경남 지역 등록 미술관은 8곳으로, 연 관람 인원이 최소 1만 명에서 최대 10만 3000여 명으로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연 관람인원 10만 3419명으로, 도내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은 미술관으로 기록됐다.

경남 지역 미술관 1관당 평균 1년간 관람인원은 4만 9822명으로, 전국 202개 미술관 평균 6만 3676명보다 훨씬 적다.

등록 미술관 숫자는 전국 17개 시·도 중 경기 44곳, 서울 38곳, 전남 22곳, 제주 19곳, 전북 11곳, 강원 10곳, 경북 9곳에 이어 8번째를 차지했다.

지난달 23일 개관한 사천 '리' 미술관.

인구 100만 명당 등록 미술관 수는 경남이 2.39곳으로, 전국 평균 3.94곳에 못 미친다. 제주 31.28곳, 전남 11.54곳, 강원 6.47곳, 전북 5.88곳, 충북 5.07곳, 광주 4.74곳, 충남 3.88곳, 서울 3.76곳, 경기 3.56곳, 경북 3.33곳, 대전 3.26곳에 이은 12번째다.

◇박물관 짓고 사후 관리 부족 = 경남발전연구원 도시환경연구실 연구위원 김태영 박사는 지난 3월 '지역문화시설 이용실태 및 운영 활성화 방안'이라는 현안 연구 자료를 발표했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국문화기반시설 총람, 문화향수실태조사를 토대로 했다. 여기서 박물관·미술관 등 문화 시설 비활성화 원인을 몇 가지 밝혔다.

△문화 시설 양적 확충에 치중 △경남도민 여가선용과 불일치 및 낮은 문화시설 만족도 △문화시설 직원 경영마인드 부재 및 지자체 보조금 의존도 심화 △박물관 전문 인력(학예사) 고용의 한계 △미술관 대중화 노력 부족 등이다.

지난 1980년대 박물관법 제정, 지방문화중흥 5개년 계획 수립, 1990년대 문화부 신설 및 문화발전 10개년 계획 수립,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정과 규제 완화, 지방자치제 실시와 공립박물관 건립지원 등의 정책으로 공립박물관 시설 건립이 늘었지만, 건립 후 사후 관리가 한계라는 지적을 했다.

또 지역 공립박물관 등록 요건으로 '최소 1명 이상의 학예사가 있어야 한다'라고 명시한 데 대해 학예사를 1명 채용하는 데 그쳐, 고유 업무인 전시기획은 행정 업무에 밀려 엄두를 못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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