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덕후'박 대통령 <시크릿가든> 주인공 자처 '길라임'으로 의원 이용…누리꾼 풍자·패러디 봇물 혼 비정상 어록 새삼 주목

한 달 넘게 고유명사처럼 붙어다녔던 '박근혜·최순실'에 이어 이번엔 '박근혜·길라임'이 화제다.

정권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관련 의혹은 고구마 줄기처럼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줄 알았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엮여 있는지 여전히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무려 6년 전 드라마마저 소환해 냈다.

15일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유력 대선주자였던 지난 2011년 차움에서 헬스클럽과 건강 치료를 주로 이용했다. 차움의 VIP 회원권은 1억 5000만 원이 넘는다.

박 대통령은 차움 의원을 이용할 때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길라임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배우 하지원이 연기한 여주인공 이름이다.

누리꾼들이 패러디한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누리집 커뮤니티

특히 박 대통령은 길라임을 포함해 청, 안가 등의 가명으로 각종 VIP 시설을 이용하면서 비용도 지불하지 않았으며,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가명으로 차움을 방문했다는 증언과 정황이 나왔다.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한 무수한 의혹, '최순실 게이트' 관련 뉴스가 쏟아지던 와중에도 한류 악영향을 걱정했던 대통령답게 한국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높았나 보다.

누리꾼들은 "그게 최순입니까? 확siri해요?", "최순실한테 문자왔숑" 등 드라마 속 현빈의 대사를 인용해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 최순실을 패러디했다.

또 영혼이 바뀐 남녀의 이야기를 다뤘던 줄거리와 연관시켜 "길라임 씨는 언제부터 혼이 비정상이었나" 등 '혼이 비정상'이라는 박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풍자하기도 했다.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박 대통령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는 발언을 해 많은 패러디가 나왔던 것처럼 이번엔 길라임 역을 맡았던 하지원의 사진에 "이러려고 길라임 역을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라는 문구를 넣은 패러디물도 나왔다.0

사실 박 대통령의 드라마 사랑은 꾸준히 언급됐다.

퇴근 후 참모들이나 외부 인사들과 만남을 일절 끊고 관저에서만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물론, 대통령 자신도 히트한 드라마는 자주 챙겨본다고 고백한 적도 있지 않은가.

KBS2 <태양의 후예> 방송 직후인 올해 5월 이란 국빈 방문 시 히잡을 쓴 박 대통령이 드라마 속 송혜교의 의상을 따라한 것 아니냐는 당시 패러디들이 새삼 떠오른다.

이번엔 '길라임'으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모습. /JTBC 뉴스 캡처

국정 농단의 중심에 선 최순실 사태는 참으로 많은 장르를 아우른다.

비선 실세와 샤머니즘으로 음산한 기운을 내뿜더니 주사제 대리 처방 등 메디컬 드라마로 선회했다. 급기야 드라마 '덕후'로 대체된다.

여기서 대통령께 드리는 고언. 이왕 챙겨보실 거면 시즌 최장수 드라마 tvN <막돼먹은 영애씨>도 챙겨 보시라.

(아무래도 배우 이영애로 인해) '영애'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가녀리고 단아한 이미지와 달리 하필 이름만 같았던 후덕한 외모를 가진 우리의 영애 씨.

외모로 성격과 능력을 평가하는 막돼먹고 부조리한 세상에서 꿋꿋하게 실력으로 승부를 겨루고 불의를 보면 거침없이 핸드백을 쌍절곤처럼 날리며 그 누구도 아닌 '영애' 자신의 삶을 당당히 살아내는 그녀를 진작에 보셨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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