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산업 700t 골리앗 크레인 계약금 받지 못한 채 해체 시작…'스웨덴 조선 몰락'한국판 재현

멀리서도 한눈에 또렷하게 각인됐던 (옛)마산의 자부심이 해체되고 있다. 경남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SUNGDONG'이라는 큼지막한 글자는 청공에서도 '난 아직 건재하다'는 듯 빛바램 하나 없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위풍을 내려놓은 당당함에 첨단 시대는 "이제 그만하면 됐다"고 퇴장을 재촉하고 있다.

조선업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골리앗 크레인이 마산만을 거쳐 떠날 날이 머지않았다.

◇말뫼의 눈물 = 18일, 옛 성동산업 터에서는 700t 골리앗 크레인의 상부를 내리는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긴 우여곡절을 겪은 성동산업이 바닥을 치고 사라지는 작업이다. '세계 1위' 한국 조선업이 바닥을 치고 있는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터는 대대로 조선소들이 선박 또는 선박구조물을 만들던 곳이었다. 1970~90년대에는 특수선 건조업체인 코리아타코마, 2000년대 들어서는 코리아타코마를 합병한 한진중공업이 선박을 건조했다. 성동산업은 2007년 한진중공업으로부터 마산조선소를 사들여 선박 블록을 만들었다.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성동산업이 자금난에 빠지자 채권자인 우리은행은 채권회수를 목적으로 2013년 조선소를 경매에 넘겼다. 국내 공장 매물 가운데 최초 감정평가액 2200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4번의 유찰로 감정가가 904억 원까지 떨어지자 채권자인 에프더블유1412유동화전문유한회사가 1150억 원에 단독 낙찰받았다. 낙찰 배경에는 '경매가가 더 떨어지는 걸 막고자 함이었다'는 슬픈 꼬리표가 붙어다닌다.

남은 설비 중 하나인 골리앗 크레인 처리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이나 밖이나 살 여력이 있는 조선소가 없다. 사람들은 '말뫼의 눈물'을 떠올린다.

18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성동산업 골리앗 크레인 철거작업이 한창이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2002년 스웨덴 말뫼시에 있던 세계적 조선업체 코쿰스가 문을 닫으며 이 회사가 보유한 세계 최대의 골리앗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이 막대한 해체비용 부담 조건으로 단 1달러에 사들였다. 2009년 9월 크레인의 마지막 부분이 해체돼 운송선에 실려 바다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말뫼 주민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데서 유래했다.

기묘하게 마산에서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말 마(馬) 뫼 산(山), 자꾸 쇠퇴해가는 마산의 눈물로.

◇비참한 최후 = 마산의 눈물은 더 비참하다. 국내 감정가 200억 원 상당 골리앗 크레인은 1달러는커녕 10원도 받지 못하고 철거작업부터 시작했다.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루마니아 조선소와 인수 계약을 체결했지만 계약금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다.

창원 성동산업 터는 분할 매각돼 첨단산업단지로 변모하고자 터 정비 작업 중이다. 덩치 큰 골리앗 크레인이 걸림돌이 되자 입주 기업과 창원시가 하루빨리 철거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해체 비용만 20억 원. 크레인 등 지상설치물 철거권을 사들인 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일단 해체·이동 작업을 진행 중이다. 팔리지 않은 300t급 크레인도 해체해 다른 장소에 보관하고서 매수 대상을 계속 찾아볼 예정이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려 줄 주민도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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