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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눈]대선에서 '정의'가 사라지기를 바란다

'내가 더'를 내세우는 '정의'는 독선
모호한 관념 아닌 비전·실력 검증돼야

2017년 04월 19일(수)
이시우 경제부 차장 hbjunsa@idomin.com

정의란 무엇일까? '정의(正義)'는 과연 정의(定義) 내릴 수 있는 개념일까? 최근 대통령 선거전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비리 사건에서 비롯한 이번 조기 대선이 본격화하자 야권 후보를 중심으로 '정의'를 앞세우는 예가 잦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른 일련의 과정 출발점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참사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정의 사회 구현'. 어디에서 많이 듣고 본 문구 아닌가? 그렇다. 독재 정권이던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5공화국, 뒤이은 6공화국 때 경찰서와 관공서 현판에서 익숙하게 보던 문구다.

한국에서 20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델 교수가 정의를 단박에 내리던가? 이 책을 읽어본 주변 이들 대부분은 "'정의'를 더 정의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왜일까?

정당별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난 이틀 뒤 한 후보는 이번 선거를 "정의와 불의의 대결"로 규정했다. 정의라는 개념은 역사적이며, 지리적이며, 상대적이다. 그 나라와 종족, 지역별 역사적 경험이 쌓인 정도에 따라 다르며 계급·계층, 성별, 이해관계 등에 따라서도 달리 해석할 수 있을 만큼 상대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고 권유할 때는 듣는 이가 크게 저항감을 느끼지 않겠지만 '정의로운 세력에게, 정의로운 이에게 표(혹은 힘)를 달라'고 하는 순간, 즉 '내가 더'가 제시되는 순간 '정의'는 독점·독선·소통 불능·독재 이미지에 더 가까워진다.

'정의 사회 구현'과 민주정의당(민정당)으로 대표되는 5공 예에서 보듯 역사에서 독재자는 자신이 더 정의롭다고 여기는 확신범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자신이 정의로우면 상대방은 불의한 이로 규정하기 쉬워 '정의'를 조금만 잘못 쓰면 표 까먹기 딱 좋은 단어다.

기자는 이번 대선에서 누가 더 정의로운 세력인지 솔직히 궁금하지 않다. 어느 후보와 세력(정당)이 현재 국민이 더 간절히 원하는 것을 과제로 발굴해 삼고, 그렇게 발굴한 과제를 어떻게 잘 다루고 현실에서 만들 것인지를 듣고 싶다. 모호한 '정의'를 강조한 '불편한 관념 투쟁'보다는 집권 능력, 집권 뒤 변화할 사회상을 누가 더 설득력 있고 현실적으로 제시하는지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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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을 만든 출발점이라고 할 세월호 침몰 참사 때를 돌이켜보자. 세월호 참사가 '북한과 친북 세력의 정치적 조작·확대 사건'이라고 여기는 극히 일부 '독재 세력에게 세뇌된 전(반)근대적 국민'을 제외한 대다수 한국민은 당시 "참사 이전과 이후 대한민국은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고 외쳤다.

이 첫 마음이 투표 때 드러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또한, 모호한 관념 투쟁보다 비전과 실력을 제대로 검증하는 선거가 되기를 원한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으로 한국은 이런 시민권을 지닌 '진짜 시민'이 다스리는 공동체임을 확인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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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우 기자

    • 이시우 기자
  • 직전 자치행정1부(정치부) 도의회.정당 담당 기자로 일하다가 최근 경제부 (옛 창원지역) 대기업/창원상의/중소기업청 경남지역본부/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 등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