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다크엔젤…>연기 해봤더니
극단 상상창꼬 연습실서
층간 소음 상황극에 도전
성격 등 몸짓 표현 어려워

차례가 다가오자 심장 뛰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순간, 대사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아뿔싸, 큰일이다.'

◇연기에 도전하다 = 지난 1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서 극단 상상창꼬 신체극 <다크엔젤의 도시> 연습을 함께 했다.

기자는 신체적 표현이 비교적 덜한 '층간 소음'이라는 상황을 맡았다. 대사, 몸짓, 표정 모두 기자와 배우 문하람(여·17)이 직접 짜냈다.

기자는 직장인, 배우 문하람은 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으로 분했다. 두 개 구멍이 뚫린 목재 패널을 세우자 건물이라는 공간으로 변했다.

기자는 발판을 딛고 올라가 건물 위층에 자리했다. 잔뜩 스트레스가 쌓인 표정으로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는 상황을 연출했다. 긴장해서 담배를 쥔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아래층 수험생이 담배 냄새를 맡고 항의했다. "아저씨,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마음 같아서는 미안하다 사과하고 당장 담배를 끄고 싶었다.

하지만, 이 순간 기자는 싹수없는 직장인이어야 했다. "내 집에서 내 마음대로 담배도 못 피우냐!" 담배 연기도 모자라 '쿵쾅쿵쾅' 못질까지 해버렸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한테 못할 짓을 한 셈이다. 수험생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기자는 건물 밖에서 삿대질을 하는 수험생에게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지난 1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극단 상상창꼬 연습실 모습. 배우들이 신체극 <다크엔젤의 도시> 공연 준비로 분주하다. /최환석 기자

"관상을 보니 공부도 못하게 생겼구먼. 꼭 공부 못하는 애들이 까칠하게 군다니까." 눈이 커진 수험생. 가만히 있을 그가 아니었다.

"아저씨는 집에서 빈둥빈둥 노는 백수처럼 생겼거든요? 멍청한 아저씨야!" 연기인 줄 알면서도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어쨌든 그렇게 1차 연습을 마쳤다.

무대에는 패널 총 4개가 놓였다. 각 공간은 독립적인 건물로 변신했다.

PPT 작업을 하다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이들, 아르바이트생을 닦달하는 사장, 한 남성을 도둑으로 오인하고 벌어지는 술래잡기 등 여러 행위와 인물이 뒤섞였다.

따로 연습을 마치고, 제각기 다른 상황을 한 무대에서 동시에 연기했다. 정신없이 대사가 쏟아지는 순간, 결국 기자는 준비했던 대사를 까먹고 헛발질을 했다.

몸짓을 사용한 연기는 시도조차 못 했고, 몇 마디 주어진 대사는 목구멍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무거운 긴장감에 굴복한 셈이다. 첫 신체극 도전이 허망하게 끝났다.

◇신체극 매력을 훔쳐보다 = <다크엔젤의 도시>는 사악한 다크엔젤이 천상에서 지상으로 쫓겨나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 속 주인공 한 명인 '그'는 의류회사 제작 샘플실 팀장이다.

이날 연습에서 '그'를 포함한 배우들은 제작 샘플실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몸짓으로 표현했다.

배우들의 몸짓은 일반적인 움직임과는 사뭇 달랐다. 강세를 더했고, 몸짓에 리듬이 가득했다. 배우 한두 명이 역동적인 몸짓을 보이면, 반대편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배우들이 호흡을 함께하며 약속된 움직임을 선보였다.

신체극은 줄거리를 비롯해 등장인물 성격과 생각, 감정 등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경남에서는 지난 2014년 창단한 극단 상상창꼬가 신체극을 포함해 다양한 연극 양식을 선보이고 있다. 각기 다른 몸짓과 동선이 한 시선에 들어오는 순간 비로소 신체극 매력이 드러난다. 배우 몸짓을 통해 관객은 상상력을 펼치고, 무대에 등장하는 여러 오브제(물건·객체)가 이해를 돕는다.

연출가 김소정은 관객 공감과 이해를 돕고자 친절한 연출을 고심하고 있다. 앞서 기자가 체험한 상황 또한 7~8차례 수정을 거쳐 비로소 관객을 맞게 된다.

신체극 <다크엔젤의 도시>는 5월 13일 오후 3·7시 창원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2만 원. 문의 070-8832-8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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