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경제 가고 진정 문화융성시대 기대
정략적 접근 아닌 인문정신에서 정책을

"문화예술 현장의 감수성이 없는 문화정책이다!"

'2017년 대통령선거 후보자 캠프 초청 문화정책 공개토론회'에서 정당별 공약 발표를 듣고 질의시간에 문화현장 활동가가 한 지적이다. 전문가 집단인 대학 '강단'과 문화예술 현장의 '강호'는 아직도 괴리감이 크다.

정치권은 대학 교수를 선호하지만 국적 없는 어려운 이론 나열만으로 척박한 자갈밭에 뿌리내린 강호의 내공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다.

문제적 현실과 시대정신을 위해, 부조리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아티스트들이 분노한 국민과 함께 시대의 광대가 되어 동참한 장미대선. 대선 기간 중, 후보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을 듣고 싶고 '문화 대통령'에 투표하고 싶어 예술단체들이 주최한 두 곳의 토론회에 참석했었다.

한국예총 주최, 대한민국예술인센터 대공연장의 '19대 대선후보 초청 예술문화정책 간담회'는 바쁘신(?) 대통령 후보들은 안 보였다. 꿩 대신 닭인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국회의원들과 문예 담당자들이 대리 참석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인 예술인들을 당황하게 했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양강 구도였던 때라 그런지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참석도. 정책 발표도 하지 않았다.(그런데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2등을 했다는 현실이 웃프다)

한국민예총, 문화연대 등 전국 70여 예술, 문화산업 단체의 공동주최로 연 서울 가톨릭청년회관 '대선 캠프 초청 문화정책 공개토론회'는 "국가 문화행정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혁신을 요구"했다.

박근혜 퇴진, 탄핵정국을 만든 원죄(?)를 지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초대하지 않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대선 캠프의 문화 정책 담당자들만 함께했었다. 3당의 공약 발표와 참석한 예술가, 문화단체,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열정적인 질문과 토론으로 4시간 가까이 진행되어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다.

'문화로 아름다운 대한민국', '역동적, 창조적인 문화예술로 아름다운 문화국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문화 공약 슬로건은 대동소이했다. 두 당의 문화예술 정책은 '아름다운'이란 추상적인 미사여구로 포장되어 실소를 머금었다. 진정성 없이 표만 계산하는 정치인들의 문화예술 홀대는 어제오늘이 아니지 않은가?

결국은 사람의 문제다! 현장에 답이 있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정책, 각 당의 정략적 문예 접근이 아니라 문화의 백년대계, 문화예술의 인문정신을 탐해야 한다. 그리고 선거 과정에서 표출된 시급한 대립과 반목의 대한민국 치유? 문화예술은 불가마, 용광로이다.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그림이나 색상을 칠한 토기들이 수천 도의 가마 속에선 형태만 남고 단색이 된다.

그 고온의 가마에선 진보도 없고, 보수도 없다. 빨간색도, 파란색도, 초록색도, 노란색도 사라지고 하나의 무색(無色)이 된다. 이게 예술의 힘 아닐까?

충무공과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장에서 발화된 촛불 시민혁명의 결과 문재인 후보가 제19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강조했던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라는 통치 철학이 국민을 위한 생활정치와 문화예술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을까?

"짝퉁 창조경제는 갔는데, 진정 '문화융성의 시대'는 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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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건 위주가 아니라, 창의적인 사람에게 힘이 되는 문화 정책의 문화부, 문화 마인드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만나고 싶다.

그러나 공공적인 문화예술의 가치를 경제논리로 평가하던 천박한 정권에서 '표현의 자유'까지 구금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놀란 가슴, 대선 공약 토론회에 참석했던 사내는 위정자들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기로 했다. 햇볕이나 달빛이나 장미의 향기는 동일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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