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무규율 위반·정치적 사안 등 노조 게시판에 비판글 쇄도
류순현 대행 '책임·해결'촉구

전임 지사 사임 1개월이 넘고 후임 행정부지사 임명이 한 달 내로 임박한 경남도청은 지금 과도기다. 각종 요구가 분출하고 또 분출하고 있다.

홍준표 전 지사 재임 때 억눌렸던 도청 직원들 요구가 경남도청공무원노조 게시판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글을 쓰는 이들은 대부분 조합원이다.

그 요구를 전부 옮길 수는 없다. 경남도청노조 조합원의 근무조건과 관련 있는 내용, 도정 발전을 위해 도청 자체에서 지적해야 하거나 개선할만한 내용만 뽑으면 다음과 같다.

"실국장님 맨날 돈 안 내고 차려놓은 점심 드시지 마시고 도청 레스토랑에서 식판 들고 줄 서는 모습도 좀 보여 주세요. 대통령님께서도 손수 식판 드는데 이제 변해야 합니다."

"차 대야 밥 먹고 과별로 돌아가면서 점심 먹고… 그 돈은 세금 아이가? 지 손으로 지 차로 운전해서 지 돈으로 밥 먹으라 해라 차대기도 지겹다 날도 덥고……."

"서부청사 출퇴근할 때 직원 차 대동하는 사람, 개인 용무로 밖에 나갈 때 직원 수행 받는 사람, 그런 사람 있다면 일벌백계해야 되지 않겠소?"

"대통령이 공식 업무 외에는 사비로 결제하신다는데 업무추진비 제대로 사용하는 기관이나 부서 손 한번 들어보시오. 감사는 이런 건 왜 자세히 안보나."

<경남도민일보>가 지적했던 도지사관사 관리인의 전임 지사 친인척 논란 해명, 정확한 연봉 제시와 그에 걸맞은 근무데이터 제시 요구도 상식적 차원이라는 점에서 맥이 닿는다.

이들 요구가 분출되는 방향은 곳곳에서 언급되듯 노조와 도지사 권한대행인 행정부지사다. "행정부지사 있기는 있는 건가. 벼슬 높으면 뭐하노 한 가지도 바로잡지 못하는데…."

과연 이런 요구들은 도청 직원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일까?

신동근 도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식사 때 많은 부하 직원들이 차를 댄다고 바쁘다. 출퇴근 때나 개인사무 때 부하직원 차량을 이용하는 문제는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뭔가 단속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업무추진비에 대해 신 위원장은 "노조가 갖고 있는 데이터가 없다. 감사관실에서 실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상적 복무규율 준수와 복무기강 확립업무를 맡고 있는 도청 감사관실 문제인식 정도는 어떨까?

이광옥 도 감사관은 "조사계나 기동감찰반 활동을 통해 일상적 복무규율 준수 상태를 조사할 수 있지만, 감사는 정확한 내용이 전달됐을 때 이뤄진다. 지금 데이터는 그렇지 않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감사관은 "식사 때나 출장 때, 출퇴근 때 직원들이 함께 이동하게 되면 어느 누군가 차를 운전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문제시하지 않았다.

도청노조 게시판을 통해 분출하는 불만과 요구는 이런 일상적 수준을 넘어선다. 경남발전연구원 도정연구관 파견과 공무원 징계문제, 일부 간부공무원들의 행태, 진주의료원 폐업과 교육감 주민소환운동 개입 관련 등 개인적 정치적 사안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문제들은 함부로 다룰 수 없다. 정확한 조사와 결과에 근거한 본질적 방안 제시가 필요하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누가 되든 차기 행정부지사 인사가 남은 상태에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 스스로 특수활동비를 줄이고 식판을 드는 마당에 우리 스스로도 바뀌어야 하지 않느냐"는 내용의 일상적 문제점을 바로잡자는 요구에 대해서는 현 류순현 권한대행 체제가 바로 답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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