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세 환자 많지만 성인도 발병
임신부 태아 사망·기형 위험 높아
딱지 앉고 2~3일 더 접촉 피해야

극단적으로 약을 쓰지 않는 육아법으로 최근 아동 학대 논란 끝에 폐쇄된 육아 카페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 특히 '안아키'는 의도적으로 아이에게 수두를 감염시키는 '수두 파티'와 화상을 입었을 때 따뜻한 물에 담그라는 등의 치료법으로 논란을 키웠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질병관리본부와 교육부는 봄철 수두 환자 증가가 지속된다며 감염 예방을 위해 학부모와 교사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창원경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신경수 교수와 질병관리본부의 도움말로 수두에 대해 알아본다.

◇수두란

수두는 미열 등의 가벼운 전신 증상이 있으면서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수포성 발진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헤르페스과에 속하는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병을 일으킨다. 수포성 병변에 직접 접촉하거나, 호흡기 분비물의 공기 전파를 통해 감염된다.

잠복기는 10~21일이며, 발진 발생 1~2일 전 권태감과 미열이 나타난 뒤 발진이 생긴다. 소아는 전조증상 없이 발진이 첫 번째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발진이 생기면 처음에는 작은 빨간 반점이 약간 볼록하게 나타나고, 수포(물집)가 생긴 후 농포(고름이 찬 물집)가 되고, 딱지가 생기면서 회복된다.

수두 백신이 사용되기 전에는 아이들에게 매우 흔히 나타나는 발진성 질환 중 하나였다.

요즘은 수두 백신 접종으로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생후 12~15개월에 1회 예방접종 한다.

하지만 이 수두 백신은 항체 형성률이 높은 편이 아니다.

신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어떠한 병을 예방하려면 일반인 가운데 항체 양성률이 88~92%가 돼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수두 백신의 항체 형성률은 이에 못 미친다. 백신을 맞아도 수두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러한 아이들은 수두에 걸려도 일반적인 양상과는 다르게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은 '약하게 온다'라고 말하는데, 그것보다는 교과서적인 양상과는 다르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두를 한번 앓고 나면 면역력이 생겨 다시 수두에 걸리지는 않지만, 바이러스는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체내에 남아있게 된다. 이것이 수년 후 대상포진을 일으킬 수도 있다.

◇강한 전염력

수두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주로 4~6세 어린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신 교수는 "10세 이상의 큰 청소년이나 성인도 발병할 수 있는데, 이때는 가족 내에 감염자가 있는 경우가 많다. 전염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수두에 대한 방어력이 없는 사람이 가족 내에서 노출된 경우 발병 가능성이 80~90%에 이른다고 밝혔다.

수두는 가려움과 같은 증상 외에는 대부분 큰 위험성이나 특별한 합병증 없이 회복된다.

그래서 '안아키' 회원들이 수두를 위험하게 생각하지 않고 '수두파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두는 대부분 자가 치유되지만, 간혹 합병증을 동반할 수도 있다. 신 교수는 수두의 위험으로 '뇌염' 우려를 꼽았다.

수두의 흔한 합병증은 발진 부위에 2차적인 피부 감염이다. 또 폐렴이나 급성소뇌실조정, 뇌염 등 중추신경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성인이 수두에 걸리면 아이보다 훨씬 심하게 앓게 된다. 특히 위험한 사람은 임신부다.

신 교수는 "수두 백신이 필수 접종으로 지정된 게 2000년대 들어선 후다. 따라서 지금 성인들은 수두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예전에 수두를 앓은 경험이 없다면 방어력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실제로 경험한 일이다. 오래전 타 지역에서 의사로 일할 때 임신한 간호사가 수두 환자와 접촉한 뒤 감염돼 태아를 잃었다"며 "임신부가 임신 초기 수두에 걸려 태아가 감염되면 태아가 사망할 수 있다. 태아 기형이 생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수두가 유행하면 어린이 대상포진 환자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신 교수는 "보통 나이 든 어른들만 대상포진이 생긴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아이도 대상포진을 앓을 수 있다. 지난주 외래 진료에서 대상포진 증상이 있는 어린이 환자 2명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수두 환자와 접촉한 경험이 있었다"며 "수두 백신 항체 형성률이 낮다고 무시하고 간과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백신 접종으로 최대한 예방 활동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창원경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신경수 교수. /이원정 기자

◇격리로 전파 방지

수두 환자는 대부분 대증 요법, 즉 증상에 따른 치료를 하게 된다.

수두는 발진이 매우 가렵기 때문에 긁어서 감염과 흉터가 생길 수 있다. 피부 병소 세균 감염을 줄이기 위한 목욕을 권장하고 가려움을 줄이기 위해 항히스타민제 등을 투여한다.

열이 난다고 아스피린 계열의 해열제를 사용하면 안 된다.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증 요법 외에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걸까.

신 교수는 "청소년 등 수두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높은 경우 발병 24~48시간 내에 항바이러스제제를 투여하면 병을 약하게 만든다. 발진이 보이면 바로 병원으로 와서 진료 후 적절한 치료법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수두 확산을 막으려면 환자를 격리해야 한다. 즉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와 같은 집단 시설에 아이를 보내면 안 된다.

신 교수는 "아이들이 집단생활을 많이 하면서 이들 시설이 감염병의 주요 감염 경로 역할을 하고 있다. 벌써 사라졌어야 할 B형 독감이 아직 지역 내에 남아 있는 것도 이러한 영향이다. 감염병에 걸리면 자발적인 격리가 중요하다"며 "수두는 모든 병변에 딱지가 앉고 2~3일이 지날 때까지는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수두 예방 접종 일정에 맞춰 제때 접종하고, 아이의 예방 접종력을 확인해 빠뜨렸다면 지금이라도 접종해야 한다"며 "기침 예절과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고, 발진 등 수두 의심 증세가 있으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모든 수포에 딱지가 앉아 전염력이 없어졌다고 의사가 판정한 후 어린이집·학교에 가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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