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창동사거리서 민족예술제
박종철·이한열 한풀이 등 진행

민주항쟁 30주년 원형 동판이 창동사거리 바닥에 박힌 이날 오후 7시 30분 민족예술제 '유월의 노래'가 한판 굿처럼 이어졌다.

설장구가 시작을 알렸다. '6월 민주항쟁의 시작'이라는 제목처럼 장구채를 든 신성욱의 손은 6월의 신명을 돋우었다.

이어진 아리랑예술단 몸짓은 의미심장했다. '고(故) 박종철 고(故) 이한열'이라고 이름 붙인 공연은 한풀이에 가까웠다.

김예원·황지희의 하얀 상의 위로 빨간 천이 흩날리고, 스피커에서는 육성으로 부르짖는 애국가가 흘러나왔다.

지난 10일 오후 창동 사거리에서 열린 민족예술제 '유월의 노래' 모습. 고구려무예예술단 공연 '민주화의 봄'. /최환석 기자

귓가를 맴도는 뜨거운 외침이 멈추자 적삼 저고리를 입은 김선희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박종철·이한열이라는, 모두의 가슴에 응어리진 한의 이름을 신성한 몸짓으로 풀어냈다.

무대 끝에 김예원과 황지희는 1월의 박종철과 7월의 이한열처럼 차례대로 스러졌다.

몸짓이 끝난 무대 위에 시인 김유철이 올랐다. 그는 긴 한지에 손수 쓴 시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가'를 낭독했다.

'다시 6월이다/1987년 민주의 샘물이 솟아올라/30년 민주의 강물이 흐르고/이제는 민주의 바다에 다다랐는가/사람들아,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가'

그는 시대의 현주소를 계속해서 물었다.

'험악한 거리와 미친 시절은 모두 물러간 것인가'라고 물었다. '패거리정치 철새정치 남북분단정치/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정치를 위한 거짓정치는/이 땅에서 사라졌으며/돈과 오물로 범벅이 된 언론과/썩어문드러진 편법 재벌과 넘을 수 없는 계층차별의 사회는/이제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는 걸까'라고 또 물었다.

그는 '동학혁명군' '삼일만세군' '독립운동군' '4월혁명군' '5월열사군' '6월항쟁군' 그리고 '촛불시민'에게 모두 모이라고 손짓했다. 모두 모여 '외세식민지'와 '전쟁비극', '군사독재'와 '국정농단'이 할퀸 대지에 새로운 '대동의 세상'을 세우자고 외쳤다.

해든누리의 타악 퍼포먼스('국민평화대행진'), 고구려무예예술단 공연('민주화의 봄')이 이어졌다. 자리를 함께한 시민들은 공연 사이사이를 가득 채운 가수 박영운·김산·하동임·지니에게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창원지부가 마련한 이날 행사는 노래 '민주주의 불꽃' 합창으로 갈무리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