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자신을 황새에 비유? 뱁새도 웃을 일
정치판 뻔뻔한 촉새들의 거짓말 짜증나

뱁새가 아니라 촉새다. 결론부터 말해 그렇다. 그러니까 "뱁새가 아무리 재잘거려도 황새는 제 갈 길을 간다"는 그의 문장은 한마디로 '맥락 없음'이다. 언감생심 황새는 논외로 두고 촉새와 뱁새의 차이쯤은 행여 알지도 모르겠다. 촉새니까. 굳이 설명하자면 뱁새와 촉새의 차이는 동사에 있다. 뱁새는 재잘거리다, 라는 동사를 물고 다니고 촉새는 나불거리다, 라는 동사를 입에 물고 있다. 뭐, 초딩들도 알겠지만 재잘거리다는 (사람이)낮은 목소리로 빠르고 떠들썩하게 자꾸 이야기하는 것을 뜻하고 나불거리다는 입을 가볍게 놀리는 사람 즉 언행이 가볍거나 방정맞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렇듯 동사 두 개만 놓고 비교해도 뱁새가 아니라 촉새다. 부연설명하자면 이렇다. 뱁새, '백석'의 그 유명한 시(<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에 '출출이'로 등장하는 새로 붉은머리오목눈이로도 불린다. 참새목 딱샛과에 속하는 우리나라 텃새다. 번식기 외에는 보통 30∼50마리씩 무리지어 활동하며 시끄러울 정도로 울어대기 때문에 덤불 속 소란스러운 수다쟁이라는 별명도 있다. 반면 촉새는 참새목 멧샛과로 우리 텃새가 아니라 나그네새이다. 몸길이는 14cm 정도로 참새와 비슷하나 부리가 더 길다. 특징은 개체변이가 매우 심하다는 것. 게다가 암수 구별 및 아종 식별이 어렵다. 곰곰 한 번 더 따져 봐도 뱁새가 아니라 촉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결국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마련한 여·야 당 대표 초청 오찬 회동에 불참했다.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 먹힌다 한들 촉새는 촉새일 뿐이다. 청와대 오찬 회동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야당에서조차 비판을 하자 그는 "저들이 본부중대, 1·2·3중대를 데리고 국민 상대로 아무리 정치쇼를 벌여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며 뱁새가 아무리 재잘거려도 황새는 제 갈 길을 간다, 라고 반박했었다. 도대체 누가 정치쇼를 하는 것인지, '맥락 없음'의 결정판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진다, 라는 우리 속담을 비유, 스스로 뱁새임을 자책이라도 했다면 몰라도 자신을 황새에 비유한 것은 뱁새도 웃을 일이다. 홍 대표는 "국민만 보고 내부 혁신하는 길만이 지금은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긴 말보다 쉬운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우선 홍 대표가 혁신위원장으로 내세운 인물만 보자. 그의 언행을 보면 역시 촉새 아닌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너무 과한 정치 보복"이라는 등의 주장을 쏟아내 물의를 빚은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과거 글에서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옹호 논리를 폈던 인물. 게다가 극우주의 논란까지. 하긴 '친일논란'에다 '극우주의 논란'까지 한몸에 받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행여 홍 대표를 넘어서는 촉새 아닌가. 해서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릴케'가 감동해 시를 헌정했다는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와 <우리 안의 히틀러>. 책의 제목만 딱 봐도 촉새들에게 어울릴 법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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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부터일까? 이 나라 정치판 촉새들은 곧 드러날 거짓말도 천연덕스럽게 꾸며댄다.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려고만 든다. 결국, 서로의 이해가 충돌하면서 인간관계는 짜증과 환멸로 얼룩지고 분을 참지 못하는 '나'는 고함을 지른다. 이렇게 고함을 지르는 '나', 이게 바로 '우리 안의 히틀러'다. 홍 대표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회담 등 외교성과를 설명하고 협치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오찬 회동에 참석하지 않고, 정우택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충북 청주 수해지역으로 날아갔다. 뱁새도 웃을 일 아닌가. 촉새는 촉새끼리, 수해복구현장으로 날아가서 과연 무슨 말의 씨앗을 또 입에 물었을까. 이쯤에서 꼭 당부하고 싶은 말: 부디 거기서 살아라. 딱 한 번만이라도 진심으로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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