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고객은 뒷전인 채 프레임 난무 '진흙탕'싸움
일부 후보 부산은행장도 도전 중복 지원 "보험용" 지적

'지역과 함께 세계로, 고객과 함께 미래로'.

부산은행·경남은행을 중심으로 한 BNK금융지주가 내세우는 경영 구호다. 하지만 BNK 회장 선출 과정에서는 '지역민', '고객'은 뒤로한 채 부끄러운 민낯만 드러내는 분위기다.

BNK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9일 회장 후보자 8명을 상대로 심층 면접을 진행한다. 이어 막바지 관련 절차를 진행한 후, 이달 중순께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출할 예정이다. 그리고 내달 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후보자 8명은 △박재경(55) BNK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 △손교덕(57) 경남은행장 △빈대인(57) 부산은행장 직무대행 △임영록(65) 전 BS금융지주 사장 △이정수(62) 전 BS저축은행 사장 △정민주(62) BNK금융경영연구소 대표 △김지완(71)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박영빈(63) 전 경남은행장이다.

BNK금융지주가 있는 부산은행 본점.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부산은행장 공모 또한 함께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BNK 회장이 부산은행장직을 겸해 오다 이번에 분리됐다. 그런데 박재경 회장 직무대행, 빈대인 부산은행 직무대행은 회장 후보에 이어 부산은행장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회장직 최종 후보는 이달 중순, 부산은행장 최종 후보는 이달 말께 선출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회장직 뜻을 이루지 못할 것에 대비한 '보험용'이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이들 중복 지원은 BNK 동력 중심에 서겠다는 대의와는 거리가 멀고, 결국 자리 보전에 방점을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회장 선출 과정에서 드러난 전반적인 분위기는 진흙탕 양상이다. '엘시티 대출 특혜 의혹' '주가 조종 혐의' 논란에 대한 반성과 인물 자체 능력은 배제된 분위기다. 실제로는 '내부·외부' '부산은행·경남은행' '부산상고·비부산상고' '이장호 전 회장·성세환 현 회장' 같은 프레임만 난무하고 있다. 실제 한 후보자는 "이렇게까지 해서 회장을 해야 하나라는 자괴감마저 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언론까지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일부 매체는 '유력 후보가 ○○○ 등으로 압축됐다' '○○○이 떠오른다'와 같은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담지 않은 채, 배경이 의심스러운 내용으로 채우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가 "지금은 후보자 저마다 언론 플레이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데서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한때 금융권에 몸담았던 인사는 "다들 겉으로는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겠지만, 뒤에서는 전화통을 내내 붙잡고 있지 않겠냐"며 후보자들을 '백조'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손교덕 경남은행장은 상대적으로 언론 조명을 덜 받는 분위기다. 손 은행장 스스로도 기사에 노출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손 은행장이 만약 이번에 뜻을 이루지 못하면 경남은행장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과 맥이 닿아 있다. 실제 경남은행 내부에서도 이번 새 회장 선출 과정에서 부산은행과의 대결 구도로 비치는 것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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