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소재 싸움이다] (2) 재료연구소 원 승격, 경남 아닌 국가 차원 논의 과제
주요국 나노소재 기술 격차…일-한 4.1년, 한-중 1.1년
국제비교 인력·예산 태부족 재료연구소 원 승격 필요

일본과학기술예측보고서 <2035년 과학기술>에 따르면 기술발명에서 실용화까지 드는 기간은 정보통신 7.1년, 제조 8.1년인데 나노테크놀로지·재료는 10.6년으로 그 주기가 더 길다. 이처럼 소재는 연구개발(R&D)에서 상용화까지 장기간 투자가 필요하다. 여기에 2015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밝힌 소재산업 부가가치율은 2000년 27.1%, 2005년 24.7%, 2010년 21%, 2013년 19.6%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국내 소재산업 업체 영세성도 부가가치율 저하를 가속화한다. 이런 이유로 소재 분야 정부 R&D 기관 역할이 중요하고 이 분야 R&D 컨트롤타워 설립으로 효율성 제고도 절실하다.

◇일본과 중국에 포위된 한국 = 나노소재 분야 주요국 기술 수준과 그 격차를 보면 2014년 기준 최고인 미국을 100으로 했을 때 EU 93.6%, 일본 94.3%, 한국 75.8%, 중국 69.2%이다.

일본은 미국과 기술 격차가 1.3년이고 한국은 4.1년, 중국은 5.2년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과 2000년 2.5년 차이가 났지만 2014년 겨우 1.1년 차이로 좁혀졌다. 일본과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중국에는 맹추격을 당하는 형국이다. 이 분야 논문 수가 중국·미국에 이어 3위로 연구활동은 활발해 그나마 다행이다.

정인화·박완수·노회찬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국내 소재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소재 분야 공공기관 역할 증대 방안 모색'이 지난 2월 9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주제 발표 뒤 전문가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재료연구소

하지만, 국내 소재기술 분야가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중국은 약 1000명 인력으로 연간 예산 1800억 원을 들인 중국과학원 금속연구소를 두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인력 2700여 명인 북경항공재료연구소를 둬 우주항공 분야 소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일본은 인력 1500명에 약 2270억 원의 연간 예산을 쓰는 일본 물질재료연구기구(NIMS)를 뒀고,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 추부센터(인원 약 400명) 등에서도 별도 소재 연구를 한다.

국내 유일 소재 분야 전문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는 올 1월 기준 전체 인원 386명에 연간 예산 855억 원(정부출연금 388억 원 + 자체 수입 467억 원)으로 주요국과 비교하면 인력과 예산 모두에서 떨어진다.

또 다른 문제는 부설 연구소라는 위상 탓에 각 기관이 따로 진행하는 소재 관련 R&D 조정자 역할을 하기 어려운 점이다. 재료연구소 이외 소재 분야 연구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한국화학연구원·과학기술연구원·생산기술연구원 등에서도 이뤄지며 지질자원연구원·에너지기술연구원·전기연구원 등도 각 분야에 필요한 소재 연구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아닌 산업부 소속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인 진주 한국세라믹기술원은 세라믹 소재 R&D에 주력해 재료연구소 분말·세라믹연구본부와 유사 연구 기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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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 말 체코와 독일의 대표적인 소재 전문 연구기관을 방문한 경남TP 이태성 원장 얘기는 귀기울여볼 만하다. 이 원장은 이 기간 생명과학과 첨단 소재 분야를 연구하는 체코 남모리비아주 중앙유럽기술연구소(CEITEC)와 독일 '프라운호퍼'를 차례대로 방문했다.

이 원장은 "프라운호퍼 산하 67개 연구소 중 2곳을 들렀다. 나노와 세라믹 관련 연구기관이었는데, 이곳에서는 기업 수요 조사를 먼저하고 상용화 단계 연구개발을 해 제품 개발로 바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더라"며 "국내 연구기관도 이런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재 분야 R&D와 R&BD(사업화 연계 연구개발)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소재 R&D 컨트롤타워, 지역 아닌 국가 차원 논의 필요 = 2014년 창원상의의 청와대 건의, 창원시의 건의문 전달, 작년 8월 말 재료연구소의 독자 연구원 승격 추진위원회 발족 등 경남에서는 최근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이 논의를 경남이 아닌 국가 차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재료연구소의 원 승격 혹은 소재 분야 R&D 컨트롤타워 신설은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검토한 사안이다.

2008·2010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재료연구소를 포함한 소재 관련 연구기관 통합 모델을 논의했고, 2009년 지경부가 외부 용역 의뢰한 '산업기술연구회 및 소관 연구기관 조직개선 방안 연구'에서 핵심(Core) 프로젝트로 '신 소재기술(New Materials Tech.) 연구소' 설립을 제안했다. 재료연구소를 중심으로 6개 정부 출연연구기관에 분산된 소재 연구기능을 한곳으로 모으자는 것이었다. 2010년 청와대 정부출연연구기관 발전 민간위원회에서도 '원천소재연구소' 신설을 제안했다. 이처럼 소재 분야 정부 R&D 컨트롤타워 설립은 그 필요성이 충분히 검증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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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연구소는 연구원 승격 시 가장 큰 기대 효과로 △재료(소재)연구원 중심으로 다양한 공공 분야 소재연구기관 간 연구 분야 조정자로서 역할 확대로 국가연구개발사업 효율성을 높이고 △산학연관 협력 구심점 마련과 소재기술 혁신체계 구축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내세웠다.

김해두 재료연구소장은 "소재 경쟁력이 제조업 부가가치와 신제품 개발의 중요 잣대가 된 지는 오래다. 재료연구소를 확대·계승한 '한국재료(소재)연구원' 설립은 국내 제조업 부가가치를 높일 지렛대가 될 것"이라며 "재료연구소는 40여 년간 연구개발과 실용화로 축적한 노하우와 산학연 연구역량을 결집하는 리더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와 공동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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