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 빠르게 퍼지는 반좋은데이 정서
지역민 집토끼 치부하면 미래 장담 못해

언제부터인가 창원지역 음식점·주점 분위기가 심상찮다. 예전에는 술을 주문하면 물어보지도 않고 일단 무학의 ‘좋은데이’를 내놓는 식당·주점이 대부분이었다. 손님도 아무런 토 달지 않고 이를 마셨다. 한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술을 주문하면 “무슨 술을 드릴까요”라고 대부분 되묻는다. “좋은데이를 달라”는 손님이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5일 저녁 창원 한 식당에서도 그랬다. 무슨 술을 주문할지 묻기에 그냥 ‘좋은데이’ 달라고 했다. 막 술병이 테이블에 배치되고 있는데 뒤에 온 일행이 ‘참이슬’로 바꿔달라고 주문하기에 왜 그러는지를 물었다. 대답은 무학이 향토기업처럼 안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는 게 없어서 무슨 사정이 있는지 되물었지만 별다른 이유는 대지 않았다.

서빙하는 분에게 왜 술 종류를 확인하느냐고 물었더니 예전처럼 ‘좋은데이’를 내놓으면 바꿔 달라는 손님이 많아 두벌 일을 하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고 내놓는다고 했다.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는 맞는 듯했다. 곰곰 되짚어보니 그동안 몇 가지 ‘사건’이 있긴 했다.

몇 년 전 무학 회장이 운전기사에게 갑질했다는 폭로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무근임이 밝혀졌기에 이런 정서 변화의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소주병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사건도 몇 번 있었다. 이것 역시 무학만 그런 것도 아니니 딱히 지역 정서 변화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26일 오전 몇몇 아는 사람에게 전화로 물었다. 요즘 무슨 소주를 마시는지도 물었고, 이유가 뭔지도 물어봤더니 예상대로 ‘참이슬’을 마신다는 사람이 많았다. 이유도 대동소이했다. ‘갑질’ 얘기도 나오고 ‘이물질’ 얘기도 나왔지만 구체적이지는 않았다. 그냥 ‘카더라’ 수준이었다.

창원에서, 경남에서 창업해 성장한 이른바 ‘향토기업’으로 꼽히는 회사가 제법 있다. 그중에서도 소비재를 생산하는 회사는 지역사회의 탄탄한 지지와 사랑 속에서 전국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지역민들이 그 지지와 사랑을 거둬들이려 한다면 뭔가 심각한 잘못이 있었을 것이다. 단지, 그게 무엇인지 모르고 있을 뿐.

무학은 전국 시장 공략에 무척 애를 썼다. 경남을 바탕으로 부산·울산을 거쳐 서울 등 수도권으로 진출했고, 몇몇 유통망을 통해 전국 어디에서라도 무학의 술을 마실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이었다. 향토 기업이 전국구로 성장하는 것을 배 아파할 지역민이 얼마나 되겠나? 손뼉 쳐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거의 시장을 장악했다고 믿었던 부산지역 소주 시장에서도 대선의 지역 마케팅이 먹혀들면서 무학이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아직은 경남에서야 무학이 대세지만 안심하고 있다가는 어찌 될지 아무도 장담 못 한다.

지역민에게 매맞을 일을 하지 않았다 할 때는 아닌 것 같다. 혹시 무학이 경남 애주가를 ‘집토끼’로 치부하고 ‘멧토끼’ 사냥에만 열을 올리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사랑이 식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