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10여 일의 긴 연휴로 많은 사람들에게 그동안 꿈꾸어왔던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시간으로 부족하지 않은 기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인지 언론에 어김없이 등장했던 '명절증후군'이라는 용어는 사라지고 이번 추석에는 '명절풍속이 바뀌고 있다'는 기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대가족이 아닌 핵가족이 보편화되며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됨으로써 차례는 간소화되는 추세로 변하고 대신 다양한 형태로 여가를 즐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가족의 명절풍속도 몇 년 전부터 작은 변화를 주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7남 3녀의 형제자매에 장성한 조카와 그 자녀들까지, 개인사정으로 일부 빠진다 해도 그 수는 적잖아 그야말로 명절이 되면 대가족이 모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관행적인 명절분위기로는 모두에게 즐거운 명절로 기억되지 못하는 것 같아 고심 끝에 시작된 작은 제안이 바로 가족운동회였습니다. 별 기대 없이 시작된 일이 올해로 벌써 다섯 해를 맞았습니다.

어린아이들은 훌라후프로 재주를 부리고, 흔히 접할 수 있는 배드민턴, 탁구, 족구로 선수는 땀으로 흠뻑 젖고, 소리 높여 응원하는 가족들의 웃음과 탄성이 어우러지는 시골 체육관은 어느새 작은 축제의 장이 됩니다.

명절 때 사용이 뜸해 조용했던 고향 면소재지 체육관은 우리 가족들이 단골이었는데, 지난 추석에는 운동하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스포츠는 국경과 인종의 벽을 뛰어넘는 세계 공통어라고도 하지요. 지나친 정치논쟁이나 취업, 결혼, 학업 등 유쾌하지 않은 대화로 명절에 얼굴 붉히는 것보다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울리며 공감할 수 있는 게 좋겠죠. 스포츠는 가족공통어로도 제격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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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이젠 명절이 다가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운동복을 챙기게 되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명절에 건강도 챙기고, 3대가 함께 호흡을 맞춰 소통할 수 있는 이런 이벤트도 괜찮은 것 같아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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